ET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아이언 자이언트’란 영화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른다. 하지만 1999년에 만들어진 미국의 장편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는 많은 애니메이션 전문가들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받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브래드 버드로 ‘8번가의 기적’의 각본을 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작품 배경은 1957년 미국 메인주의 로크웰로 거슬러 올라간다. UFO 소동으로 현재까지 떠들석한 미국의 로즈웰이란 곳과 이름이 유사한 것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 마을에 어느 날 외계로부터 거대한 로봇이 불시착하고, 호거스 휴즈라는 한 시골소년이 이 로봇을 애완동물처럼 키우게 된다. 평소에도 엄마의 반대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었던 휴즈에게 이 로봇은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과도 같으리라. 하지만 냉전의 정점으로 치달은 시대배경속에서 정부요원들은 이 로봇을 무기용으로 쓰기 위해 들러붙게 되고, 소년은 이들로부터 로봇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한다. 얼핏 평범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감독은 이들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우정을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과 냉전의 현실속에 잘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은 이유는 우선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인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배경인 1957년은 미국에서 매카시가 사망했던 해로 그는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추방을 주장함으로써 전세계를 매카시즘의 공포에 몰아넣은 바 있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비밀요원 맨슬리가 그를 대신하는 듯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또한 당시는 핵전쟁의 공포가 극에 달하고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불붙은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언 자이언트’ 역시 애니메이션답게 코믹과 팬터지가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액션 역시 긴장과 재미를 더해준다. 특징도 없고 고철 로봇같은 이 외계로봇은 핵폭탄과 함께 파괴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지만 이 거대한 로봇은 불멸의 존재처럼 또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한다. 이 영화가 흥행했다면 반드시 2편이 나왔을 만한 암시적인 장면이다.
‘아이언 자이언트’에서 또 하나 높이 살 점은 영상스타일이다.
‘인어공주’ ‘라이온 킹’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똑같은 틈바구니속에서 새로운 영상의 시도는 애니메이터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화려한 액션에 대비된 절제된 시각 효과의 사용은 안정된 영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인 영상은 2D이지만 로봇을 3D로 표현함으로써 거대하고 무거운 느낌이 제대로 표현됐고 전체적인 영상과도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평이한 주제와 절제된 컬러, 새로운 영상스타일 등이 미국 어린이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 영화는 흥행에서 실패했고 비디오 판매 성적도 좋지 않았다. 또 이 영화의 원작자 테드휴즈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1998년 세상을 떠났다.
미국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국내에서 이 작품이 개봉되지 못한 것을 필자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외계로봇과 어린이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아이언 자이언트’는 ET에 견줄만한 높은 작품성을 지닌 것만은 사실이다. 결국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흥행성적 그 이상으로 대접받기에 충분한 영화가 바로 ‘아이언 자이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수훈·삼지애니메션 대표 ceo@sa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