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바위’를 깼다. 지난 21일 열린 하나로통신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1대 주주인 LG그룹을 물리치고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켰다. 흩어져 있던 소액주주 43%가 모여 18%를 확보한 1대 주주를 꺾었다.
43%가 18%를 이긴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다수가 모인 43%가 하나로 뭉친 18%를 꺽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소액주주들 지분은 모래알 같아서 잘 뭉치지 못하는 반면, 소수의 대주주들은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때문에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힘’이 늘 화제였으나 실제로 승리한 적은 거의 없다.
이번 하나로통신 주총에선 상황이 좀 달랐다. 지난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총 참석지분은 전체의 40%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대주주 및 주요 주주였다. 그러나 지난 21일 주총에는 참석률이 87%에 달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40% 이상 모였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 소액주주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소액주주운동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나로통신 소액주주모임 대표인 육심혁씨는 “소액주주의 마음이 움직인 건 바로 LG와 하나로통신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LG는 1대 주주만을 위한 채 투명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소액주주들의 반감을 샀으나 하나로통신 직원들은 헌신적으로 뛰어다닌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앞으로도 하나로통신을 우량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무된 하나로통신측도 주주홈페이지를 상설화하고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육 대표는 “외자유치안에 대해 하나로통신 경영진, 노조, 소액주주모임 등이 의사를 같이한 것일 뿐이며 앞으로는 경영투명화를 위한 견제와 감시 기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의 소액주주들은 앞으로 이같은 제도를 회사가치를 높이는데 활용할 생각이다. 개미들의 움직임이 하나로통신의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혀나갈지 주목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