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나라에 해외 경쟁자보다 월등한 품질과 낮은 비용의 상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낼 기업이 있는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가까운 미래를 좌우할 화두다.
21세기 세계 경제환경이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요구하고 있기때문. 특히 첨단 정보기술(IT)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세계 경제의 허브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글로벌 프로세스의 혁신’이 시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프로세스는 세계 모든 소비자의 요구(Needs)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현지에서 개발·생산·판매하는 구조다. 이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사·재무·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수요 독과점 현상=세계 경제의 성장지표로 등장한 IT분야에서 수요 독과점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관련 독과점 기업들은 서비스 및 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고 지적재산권을 선점하며 시장입지를 강화하는 추세다. 독과점적인 수익원은 해당 기업의 수익성을 크게 높여놓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PC의 운영체계(OS)를 독점하면서 연 평균 62%의 경상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리눅스를 중심으로 공개 소프트웨어(SW) 진영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경제성의 편차가 극심하다.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스코의 라우터(통신통로최적화장비)도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독점체계를 확립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지난 2000년까지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이 60% 이상의 과점구조를 형성했다. 관련 기업들은 모두 두 자릿 수를 넘어서는 경상이익률을 기록하며 나스닥 등을 통해 회사의 가치가 하늘로 치솟았다.
◇우리 기업의 도전=최근 세계 휴대폰 산업계의 3인방(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체제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통해 무너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2위로 올라선 김에 아예 노키아(1위)를 넘어서겠다는 야심을 내보인다. LG전자도 눈부신 도약을 거듭하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및 유럽형 2세대(GSM) 휴대폰 분야의 다크호스로 부상, 세 손가락 안의 메이커로 등극하기 위한 경주에 나섰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 95년 CDMA 이동통신서비스를 과감하게 선택하고 집중한 결과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도 휴대폰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요소이자 차세대 성장동력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실제 국산 휴대폰들이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을 앞서는 첨단기능을 속속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독점적 수익원을 가진 국산 상품의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빈약하다. 휴대폰에서 일말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반도체의 성공신화가 존재하지만 컴퓨팅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 제어 및 계측기술, 광기술, 신호처리기술 등 현재와 미래의 대표적인 IT 수익원 분야에서는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
◇과제, 글로벌 프로세스의 혁신=독점적 수익원이 될 상품과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무엇보다 글로벌 프로세스에 의해 성패가 가름될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의 법인들을 하나의 정보관리체계하에 묶기위한 웹 기반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아예 기업정보시스템을 포털(EP)화하고 있다. 모든 법인을 포괄하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체계를 갖추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프로세스 혁신은 비단 정보시스템의 관리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력과 경영마인드의 개선까지 포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 체계에 경영철학을 담는 작업인 셈이다.
세계 시장에 내세울 토종 상품과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바야흐로 프로세스 혁신을 서둘러 ‘세계 1위 신화’라는 미래를 열어갈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 선진기업 프로세스 벤치마킹
△ HP - 정보화 토털 솔루션기업 추구
hp(http://www.hp.com)는 연 매출 730억달러의 컴퓨팅 하드웨어 기업으로 안주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포괄하는 정보화 토털 솔루션업체를 추구한다.
특히 파트너십을 통한 상호 공존 전략으로 글로벌 협업 프로세스의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HP가 구축해놓은 파트너십을 통해 hp제품(하드웨어)은 물론이고 인텔의 중앙집적회로장치(CPU),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팅 운영체계(OS),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 SAP의 전사자원관리(ERP)소프트웨어, BEA시스템즈의 미들웨어 등 굴지의 IT 솔루션들을 함께 제공받을 수 있다.
hp의 파트너십 철학은 올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인 ‘+hp’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HP와 함께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 궁극적으로 소비자, 고객, 협력회사를 포괄하는 협업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hp의 새로운 IT 서비스 전략인 ‘적응형 엔터프라이즈(AE·Adaptive Enterprise)’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삼는다. HP는 글로벌 협업 프로세스를 통한 AE의 ‘디맨드 모어(Demand More)’를 표방, 고객들에게 특정 업체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는 전략이다.
hp는 글로벌 협업 프로세스를 사업 전영역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실제 통신서비스용 플랫폼인 ‘hp 오픈콜’의 고객을 확산하기 위해 도입한 파트너 육성 프로그램의 기조를 ‘선별된 소수의 파트너를 성공시켜야 HP도 성공한다’는 것으로 세웠다. 특히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를 위해 개발용 장비,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HP의 글로벌 영업 인프라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협업 관계를 확립하고 있다.
hp는 상호 협력 관계를 통해 파트너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기업만이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글로벌 협업 프로세스를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 IBM - `온 디맨드` 전략 글로벌 서비스
IBM(http://www.ibm.com)은 고객의 필요(Needs)와 규모에 맞춰 최적의 컴퓨팅 체계를 제공하는 온 디맨드(On Demand)형 글로벌 서비스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서비스 프로세스의 요체는 지속적인 지식 공유 및 관리체계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서 다져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경험, 노하우들을 임직원들이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IBM의 서비스 및 컨설팅을 담당하는 조직인 IGS와 BCS는 사내의 지식관리를 지원하는 인프라시스템인 ‘ICM(Intellectual Capital Management) 애셋웹(AssetWeb)’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약 31만여 IBM 직원들은 ICM 애셋웹에 자신이 IT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얻은 지식, 경험, 제안서, 템플릿, 방법론, 테크닉, 유용한 사이트와 자료 등 재사용 가치가 높은 내용들을 등록한다.
ICM 애셋웹은 단순히 전략적인 지식과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적자산을 생성·공유·재사용하는 보고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의 실제 프로젝트 수행능력과 대 고객 서비스 업무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게 IBM측의 설명이다.
연구소와 컨설팅 조직을 연계한 온 디맨드 혁신서비스(ODIS)도 주목거리다. ODIS는 경영과 IT기술을 신속하게 접목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소 내에 전담 컨설팅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산업별 고객의 사업특성과 IT 신기술을 최적의 형태로 연결하는 서비스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IBM은 이같은 글로벌 서비스 프로세스를 통해 전세계에서 매출 812억달러(02년 기준), 순익 53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 노키아 - 세계인 공감 포트폴리오 구축
세계 1위 휴대폰메이커인 노키아(http://www.nokia.com)는 세계 9개국에 10개의 생산기지(중국 2개)와 14개의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마산에 자리잡은 노키아TMC는 연간 생산량 3700만대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및 유럽형(GSM) 2세대 휴대폰을 생산, 노키아가 보유한 최대 규모의 단일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중국, 독일, 영국, 브라질, 텍사스, 멕시코, 헝가리 등지의 생산기지에서 연간 1억5200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쏳아내는 글로벌 생산 프로세스를 갖췄다.
이같은 글로벌 생산 프로세스는 노키아 휴대폰을 세계 130개국에 공급하는 방대한 판매망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생산기지와 14개 주요 지역별 연구개발센터를 연계함으로써 ‘현지 소비자의 요구(Needs)를 즉시적으로 반영해 개발·생산·판매하는 체제’를 확립, 세계 제 1의 휴대폰 시장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노키아의 글로벌 생산 프로세스는 전세계의 모든 소비자를 포괄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는데 목표가 맞춰져 있다. 궁극적으로 노키아의 휴대폰을 통해 모든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바일 정보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단일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프로토콜(IP)와 모빌리티(Mobility)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네트워크사업(노키아네트웍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규사업을 개발하는 사업(노키아벤처오거니제이션),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사업(노키아리서피센터) 등이 글로벌 생산·개발 프로세스를 발판으로 삼아 노키아의 새로운 미래를 열 도약대가 되고 있다.
노키아는 연간 매출액이 304억유로(미화 약 270억달러)를 넘어서며 전세계적으로 6만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