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젠 `성장엔진` 시동을 걸자

 신성장동력 10대 과제의 주관 부처가 확정되었다. 너무 심하게 오랫동안 샅바싸움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연습 경기에 너무 힘을 소진하여 본 게임을 제대로 소화해낼지 걱정도 되지만 늦게나마 주관 부처가 확정되어 다행이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술발전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등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술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언제, 누구에게 추월을 당해 뒷전으로 물러나 앉게 될지 모른다.

 10대 신성장동력 가운데에서 IT가 7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발전 속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난히 빠른 것이 바로 IT다. 우리나라 IT 분야는 세계적에서 괄목할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고 마음을 놓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지구촌은 이미 소리없는 IT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후발국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고 한 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신성장 관련 연구개발을 조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정이 신속해야 한다. 10대 과제의 주관 부처는 확정되었으나 연구개발이 본격화되려면 부처간 예산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달 말까지 협의 일정이 잡혀 있지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예정대로 손쉽게 합의에 이를지 의문스럽다. IT 분야 신성장사업은 대부분 ETRI가 수행하도록 되어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연구조직 개편도 완료한 상태다. 연구 개발이 늦어지면 우리의 기술 경쟁력도 그만큼 후퇴할 수밖에 없으므로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선택과 집중을 한층 심화해야 한다. 10대 분야를 선정한 자체가 선택과 집중을 겨냥한 것이지만 각 분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내용이 너무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인적 인프라와 연구 예산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규모가 작다. 일부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예산을 쪼개어 투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연구개발사업이 지역 균형을 해결하는 수단이 될 경우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번째는 글로벌 마켓을 염두에 두고 연구 개발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IT 분야 상품은 특히 국제표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선행 연구를 수행하여 확보한 특허권의 가치를 한층 높이기 위해서는 그 특허를 통해서만 제품 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표준에 반영되어야 한다. 표준에 반영되지 못한 특허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수행할 고급 두뇌의 확보다. 연구 개발의 주체는 연구원이며 능력을 갖춘 연구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경쟁력 높은 연구 성과물을 얻을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애로를 겪고 있있다.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고,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는 것도 물론이려니와 재학생의 휴학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려운 이공계가 졸업 후에 확실하게 취직자리가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취직하더라도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직장에서 밀려나야 하는 고용불안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범국가차원의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개인 국민소득 1만달러의 문턱에서 8년째 헤매고 있다.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겠지만 ,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원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 주고 정년을 보장해주는 특단의 조치 한 가지만이라도 시행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연구단지내 연구소의 근무 환경과 조건을 사법고시 합격생이나 의사보다 좋게 만든다면 한국은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로 승승장구할 것이다.

 ◆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원장 chy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