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리메이크는 세대를 잇는다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지만 누구든 들으라고 만드는 음반에도 세대차가 존재한다. 대중음악의 성격 가운데 하나인 세대통합의 기능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이다. 어른들은 성인음악만을 좋아하고, 젊은이들은 부모의 음악이 졸린다며 흑인음악만을 끼고 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가요가 별로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가수 공연장을 가보면 이러한 세대적 분리와 적대 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요즘에 인기를 누리는 공연장에는 10대 소녀들의 아우성만이 가득하다. 어른들 가운데 설령 조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온통 젊은이들만 득실거리기 때문에 ‘멋쩍어서도’ 가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나이든 음악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했던 왕년의 인기가수 무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 자연 ‘어른 따로 애들 따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구세대의 음악적 이음새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리메이크 음악이다. 지금 한창 인기를 누리는 가수가 저 옛날에 유행한 인기 레퍼토리를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면 신세대도 자연스레 윗 세대의 음악을 듣게 되고 어른들은 신곡보다는 훨씬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핑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는 신세대들이 오리지널 가수가 혜은이라는 사실을 아는 계기가 됐고, 어른들은 “저 애들이 혜은이의 노래를 다 부르네!”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요즘 가수들이 리메이크 버전을 앨범에 꼭 하나씩 집어넣는 이유이다. 아예 통째로 리메이크로 한 앨범을 꾸민 가수들도 많다. 지금까지 리메이크 독집을 낸 가수는 조관우, 이은미, 강산에, 조성모, 김태영, 자전거 탄 풍경, 한영애 등 선후배를 막론하고 부지기수로 많다. 리메이크 덕에 ‘미인’(신중현), ‘단발머리’(조용필), ‘꽃밭에서’(정훈희), ‘님은 먼 곳에’(김추자), ‘가시나무’(시인과 촌장) 등은 신세대들 사이에서 어필했고, 오리지널 가수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리메이크가 너무 흔해지다보니 상업적으로 흐른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것이 신구세대의 감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의도가 순수하기만 하다면, 아니 과잉 상업적 기획의 발로만 아니라면 리메이크보다 갈라진 두 세대를 묶을 수 있는 더 이상의 효과적인 접근법도 없다.

 2003년 최고가수에 빛나는 이수영이 막 ‘클래식’이란 타이틀의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거기에는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 배인숙(펄 시스터즈)이 부른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김학래의 ‘내가’,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조관우의 ‘늪’ 등이 ‘이수영표 발라드’라는 말까지 나온 그의 아늑한 감성 보컬로 재해석되어 있다. 오리지널 가수들이 70∼90년대에 걸치고 남녀와 장르불문이라는 점에서 이수영의 자신감이 돋보인다.

 이수영의 10대 팬들이 듣는다면, 그래서 부모한테 레퍼토리에 대해 묻는다면 괜찮은 ‘대화’의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리지널에 젖은 어른들은 ‘누구라도 그러하듯이’와 ‘그때 그사람’ 등은 맛이 부족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가 증명하듯 개성을 새롭게 부여하려는 이수영과 프로듀서 엠지알(MGR)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다 떠나서 듣기가 좋다. 리메이크의 순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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