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우리 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IT신성장 동력 사업에 첫발을 내딪는 해라는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기술 개발과 함께 상용화 전단계인 국제표준화 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아 ETRI의 글로벌화를 지향할 계획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임주환 원장(56)의 올해 포부다.
“세계 IT 시장은 매우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간 우열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기존의 제조업과는 달리 짧은 제품주기와 국경을 초월하는 정보통신의 기술적 특성에 시장자유화까지 겹쳐 혼전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임 원장은 우리 나라도 서둘러 국제 표준화 정책에 정부와 기관이 힘을 모아야 하고 여기에 ETRI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995년 WTO·TBT(무역에 관한 기술장벽협정)의 발효로 전 세계가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공동 협력관계를 맺게 되면서 표준화는 그야말로 필수불가결한 정책 지향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TRI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 표준화와 관련한 전문인력을 대대적으로 육성, 연구원 개개인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 원장은 “지적 재산권의 확보 또한 세계 IT 시장을 공략하는 필수 요소”라며 “선진 각국이 특허풀 등을 통해 국제 표준제정에 개입했던 MPEG2 표준 제정의 사례만 보더라도 지재권을 중시하는 최근의 국제 표준화 트렌드를 여실히 읽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ETRI는 조만간 정부가 추진중인 차세대 이동통신, IT 시스템온칩(IT SoC),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지능형 로봇, 포스트(Post) PC, 디지털TV,방송 기술, 텔레매틱스 기술, 디지털 콘텐츠 등 9대 IT신성장 동력사업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관련, 당장 오는 30, 31일 이틀간 진대제 정통부장관과 ETRI 연구진, 성장동력연구단 프로젝트매니저 등이 참여하는 신성장동력 회의를 시작으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며 이미 연구를 위한 조직체계도 새로 갖춰놓았다.
임 원장은 “성장동력 기술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우리 나라 IT산업의 연간 총생산액은 현재의 189조원에서 400조원으로, 수출액은 463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각각 성장할 것”이라며 IT의 낙관적 미래에 무게를 실었다.
“우리 나라는 이미 TDX, CDMA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동안 축적되어온 연구역량을 감안할 때 CDMA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로서 휴대인터넷과 디지털홈 분야에 기대를 걸어도 좋으리라고 봅니다.”
임 원장은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휴대인터넷의 경우 기존의 이동성 없는 무선 랜이나 이동통신기반의 속도가 낮은 무선인터넷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서비스로 기대를 모을 것으로 내다봤다.
“9대 신성장 동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ETRI 스스로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보직중심의 인력운용체제는 반드시 바꿀 것입니다.”
임원장은 연구분위기와 관련, “연구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올해안에 펠로우십 제도 등을 도입,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 연구풍토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벤처창업 지원시스템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ETRI출신 벤처 창업자가 IMF이후 지금까지 200명이 넘지만 성공한 경우는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만처럼 벤처 창업을 조건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별로도 만들어 운영할 계획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