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그레헴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터넷전화(VoIP)는 기존의 음성통화를 처리하던 ‘회선교환’ 방식이 아니라 음성통화를 패킷 데이터 형태로 전환시켜 인터넷 네트워크로 음성통신을 전송하는 일명 ‘패킷 교환’ 방식의 전화 기술을 의미한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세계 인터넷전화 시장이 연평균 48.6%씩 성장, 오는 2007년에는 약 400억달러(49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도 착신번호가 부여될 경우, 연평균 109%씩 성장해 2007년에는 약 300만 가입자와 85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싼 요금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사무실과 사업장 간 무료통화는 기본이고, 인터넷에서 메신저와 음성통화, 화상채팅, 휴대전화 통화도 싼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런 인터넷전화는 초고속망의 급속한 보급으로 이젠 가정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인터넷전화 사용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일본으로, 지난 2002년 4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야후비비(Yahoo! Broadband)를 시초로 자사 인터넷 가입자간 무료통화, 저렴한 통화료 등 사업자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현재 600만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 또한 음성 품질을 일정조건 만족시키는 사업자에게 인터넷전화 식별번호(050) 사용 사업자와 동일한 상호접속조건으로 시내전화번호 체계를 선택하여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보다 다소 늦게 시작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도 인터넷전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의무를 유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기존 시내전화번호 사용은 물론 품질기준 또한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진보된 기술이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그들의 시장지향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전화가 소프트 랜딩을 하려면 소비자 중심의 번호체계, 저렴한 요금제도 등 각종 제도의 지원과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탄력적 규제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전화번호를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기존 번호체계를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인터넷전화에 번호를 부여하는 데 있어 신 번호(ONO-XXXX-XXXX) 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에게는 기존 번호의 병행사용 뿐 아니라 번호이동성의 보장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편리함을 최대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터넷전화가 최대 장점인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업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3300만명 이상이 큰 불편 없이 이동전화와 개인휴대통신(PCS)을 쓰고 있듯이 인터넷전화도 가격과 품질이 다른 새로운 시내전화상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엄격한 통화품질 기준 및 정전을 대비한 배터리 관련기준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새 상품에 대한 수용 여부를 소비자의 심판에 맡기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신기술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 각국의 정부와 사업자가 모두 인터넷전화의 확산과 발전에 매진하는 이유는 이용자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통합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혜택을, 사업자에게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 창출을, 제조업체에게는 관련 제품의 국내시장 확대를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 등 산업발전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초고속망 보급의 확산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듯이, 과거의 초고속인터넷 신화를 재현하며 다시 한번 IT강국으로 패러다임을 완성시킬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전화인 만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적극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 cbyoon@han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