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T인프라 `소리없는 진화`

‘빅뱅은 아니지만 증권 IT 인프라도 진화한다.’

 증권 업계에 조용한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로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증권사의 IT 투자는 업계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증권사 공히 관심사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재개발이나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의 DW 및 CRM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1∼2년 후 나아가야 할 IT 인프라 방향에 대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착수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2000년 활황이던 때만큼의 증권 IT 특수가 당장 일어나기는 힘들지만 오히려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는 고객사의 민심을 놓치지 않기 위한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 예측에 따르면 증권사의 올 IT 예산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2500억원 수준으로 은행권의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이중 300억∼1000억원 전후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삼성·대신·굿모닝신한·동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 증권사 규모에 따라 예산 편차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대부분 증권사들의 IT 투자는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직결돼 있는 HTS 등 프런트엔드 시스템 재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복합상품의 등장과 고객에 따라 제공되는 주가 관련 정보, 화면 이미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이 핵심키다.

 2년 마다 시스템을 추가 개발해온 대신증권의 경우 현 시스템인 ‘사이보스 2004’를 2006 버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의 매매패턴이나 신상품 정보 제공 등의 콘텐츠 제공을 다양화하는 리엔지니어링 작업이다. 동원증권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과 윈도 기반으로 이원화돼 있는 HTS를 ‘트루프렌드넷’이라는 브랜드의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에 앞서 굿모닝신한증권은 내년까지 상위 증권사 진입을 목표로 ‘굿아이 2004 HTS’ 구축을 완료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이처럼 새로 개발하는 HTS에서는 고객별로 차별화된 맞춤화면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TS가 증권 업계의 공통 관심사라면 규모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CRM 및 DW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신증권이 고객세분화 및 맞춤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고객분석시스템 구축 차원의 DW 및 CRM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한화증권이 기 구축된 DW를 바탕으로 CRM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신업무에 해당하는 투자운용시스템 구축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 서비스로 불리는 이 업무는 정부로부터 펀드 사업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만큼 현재 삼성증권을 비롯해 대우·대신·동원·현대 등 사업 허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들은 관련 시스템 구축을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차기 시스템에 대한 전략 수립에 착수한 증권사도 있다. 대우증권은 HTS 재구축 외에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보시스템 인프라에 대한 중장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1차 ISP 수립에 조만간 착수할 계획이며, 동원증권도 ‘뉴 아키텍처’ 도입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하반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들은 아웃소싱 방법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HTS 등을 포함한 전산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및 재구축을 미뤄왔던 2개 증권사는 턴키 방식의 고도화된 시스템 아웃소싱을 추진, 주식거래와 은행 시스템을 연계하는 아웃소싱 서비스 체계를 구축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동망 서비스인 베이스21을 제공해온 한국증권전산은 이 같은 증권사들의 행보에 대응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서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증권전산은 이르면 이번주 중 금융 컨설팅 업체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시스템과 관련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홍집 대신증권 부사장(CIO)은 “증시환경에 밀접한 시장과 업무 특성상 증권사의 시스템은 빅뱅 형태로 재구축되기 어려워 구 시스템과 신형 플랫폼 모두 버리지 않고 함께 사용할 수 있는 EAI 개념의 미들웨어 도입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증권사의 경쟁력이 고객 수준에 맞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로 바뀐 상태라 자체 애플리케이션 개발 노하우가 다른 금융기관과는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