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봇기업 영세성 넘어야 피지컬AI 꽃핀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에 온다. 우리나라 각 분야 피지컬 인공지능(AI) 협력 라인을 거의 헤집고 다닐 그의 일정을 보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가상 세계를 넘어 물리적 제조 현장으로 옮겨붙었음을 보여준다.

나흘간 미디어를 뒤덮을 글로벌 거물의 행보 뒤편에 선 우리 로봇산업의 현실은 냉혹하다. 현장을 지탱하는 대다수 로봇 기업은 영세성의 수렁에서 당장 내년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최근 한국AI·로봇산업협회가 집계한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로봇 시스템통합(SI) 기업의 취약한 경영환경과 체력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조사 대상 기업의 한 해 평균 매출은 23억원, 평균 영업이익은 2억3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로봇 SI 기업은 단순히 로봇을 설치하는 업자가 아니다. 생산 공정을 분석해 로봇 팔과 센서, 제어 장치 등을 조합해 자동화 라인을 구현하는 주체다. 특히 피지컬 AI 시대에는 공정별 작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통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 완제품이 있어도 이를 제조 또는 물류 현장에 적용하고 데이터를 뽑아내는 SI 역량이 없으면 피지컬 AI는 도약할 수 없다. 문제는 영세한 구조 탓에 현장 데이터가 개별 기업 안에 갇혀 파편화된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의 80%가 열악한 수익성에도 버는 돈보다 많은 연평균 4억여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인프라와 인력 부족으로 프로젝트가 끝나면 귀중한 데이터가 그대로 유실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물론 현대차, 삼성, 두산 등 대기업은 자체 역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체급을 나름 갖췄다. 그러나 우리 로봇산업 근간이 되는 내수 시장을 단단히 방어하고, 실질적인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일구어 갈 진짜 주체는 중소·중견 로봇 기업이다.

이들이 산업 현장에서 마음껏 활약하며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형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 지원책도 단순한 로봇 보급 사업에서 벗어나 비전, 엔드이펙터, 측정·검사, 정밀제어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자산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설계돼야 한다. 대기업과 로봇 부품사, SI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생태계 조성도 시급하다.

피지컬 AI 시대의 패권은 로봇 완제품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로봇 작업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 달려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Mechanical arm. Industry robot technology. Automatic machinery isolated on white background
Mechanical arm. Industry robot technology. Automatic machinery isolated on white back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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