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 시장의 엘도라도는 어디인가.
지난 4월말 시장조사업체인 한국IDC는 ‘한국 정보통신기술시장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IT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시장규모는17조원에서 13조원으로, 성장률은 7∼8%에서 5.4%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설비투자 부진, 원자재 가격상승, 하드웨어 성장 부진, 투자지연 등이 조정의 이유다.
IT시장의 규모 축소 및 성장률 저조에 더해 SI시장에서는 하드웨어 업체들까지 나서 유례없이 격렬한 프로젝트 수주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기존 SI시장에서 아귀다툼을 벌이지 말고 신시장 개척으로 돌아서자는 것. 이미 포스코 계열의 SI업체인 포스데이타가 휴대인터넷, 리눅스 클러스터, VOIP, DVR 등을 신사업으로 선정했고 타 업체들도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저간의 사정은 SI업계의 다급함을 방증한다.
◇IT아웃소싱=SI업체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단연 IT아웃소싱이다. 기존 SI사업에 비해 수익성과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 장기계약 체결시에는 운영 효율화를 통해 고수익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실제로 기업체가 전문업체에 IT아웃소싱을 맡길 경우 내부에서 정보화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평균 10∼20%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특히 IT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핵심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시장전망도 밝은 편이다. 조사업체인 한국IDC는 국내 IT아웃소싱 시장을 2002년 1조2000억원, 2003년 1조3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04년 1조5000억원, 2005년 1조7000억원으로 평균 13% 이상 성장세를 구가, 2006년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아직까진 아웃소싱 실적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앞으로 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BPO) 등으로 아웃소싱 영역이 확대되면서 시장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표 참조
◇방송·통신 융합=방송·통신 융합도 폭발적인 IT시장을 견인할 차세대 주자다. SK C&C의 경우 SK텔레콤이 갖춘 통신영역에 대한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현재 TU미디어의 위성DMB 방송 시스템 구축, SK텔레콤 디지털홈 컨소시엄 참여, 텔레매틱스 시스템 구축, 모바일 단말용 임베디드 시스템 구축 등에서 신사업을 일궈가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 특화 솔루션 공급 등 기존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확장을 검토 중이다.
지상파 DMB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2012년까지 3조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4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위성 DMB는 2012년까지 예상시장 규모만 1조7000억원, 생산유발효과만 1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 이에 따라 SK C&C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위성 DMB 방송정보센터 구축을 통해 노하우를 확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모바일=차세대 모바일 분야도 관심을 끄는 분야 중 하나다. 포스코 계열의 대형 SI업체인 포스데이타는 올초 휴대인터넷 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휴대인터넷은 현재 유선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시장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 휴대인터넷이 본격 상용화되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IT수요가 촉발될 것을 보인다.
삼성SDS는 지난 2월 정보기술연구소와 서비스딜리버리 본부 공동으로 ‘모바일SI 신규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워크숍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삼성SDS는 삼성의 표준 그룹웨어인 마이싱글에 모바일 기능을 확장한 스마프(SMAF:Samsung Mobile Application Framework) 솔루션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바일 SI시장을 적극 공략키로 했다.
◇기타 신기술 적용분야=이밖에 RFID, 유비쿼터스, 웹서비스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SK C&C는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기술 확보에 주력하며 ETRI에서 추진하는 UHF RFID 미들웨어 개발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RFID 이후 차세대 기술 확보 및 사업 진출을 위한 마스터플랜도 마련 중이다.
LG CNS는 정통부 선정 ‘9대 신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SI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LG CNS는 ‘9대 신성장 동력’ 분야별 경험과 역량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영역간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연구나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LG CNS는 스마트홈(홈네트워크 포함),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TV, 임베디드 SW 분야에 참여해 사업을 추진중이다. 또 전자태그를 이용한 물류 자산 관리 및 위치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위해 이 분야 선두 업체인 미국의 사비 테크놀로지사와 파트너십 계약도 했다.
◇해외시장 개척=삼성SDS는 전자정부 수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전자정부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인천공항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광저우 공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지난 3월 태국 최대 철강업체인 SSI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인도·네덜란드 등의 글로벌 IT업체들을 제치고 수주하는 쾌거를 올린 바 있다.
해외시장 개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SI시장이 공공시장의 축소, 기업체들의 투자기피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고 있는 반면 중국, 동남아 등에서는 사업기회가 끊임없이 포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 업계는 체질개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전문 분야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살려 해외 SI시장으로 적극 진출해야 할 때다.
◇체질개선 선행돼야=이밖에도 사이버대학 구축과 e러닝시스템 보급, 대학 관리시스템 구축 등도 틈새시장으로 각광받는다. 또 의료분야 정보화도 영상진료를 기반으로 한 폭발적인 의료서비스 수요 진작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주요 대형 병원 및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업계의 주요 공략분야로 손꼽힌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존 SI영역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신사업 발굴 시도는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창출이 늦어질 경우 신규 시장진입을 위해 쏟아부은 과중한 R&D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미 화살은 쏘아올려졌다. 더는 기존 SI의 틀에 안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사업 육성이 성공을 거두려면 SI업계의 고질병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저가수주 관행, 최저가입찰제 등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는 문제, 품질경쟁력 및 전문인력 확보 등의 문제부터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 6시그마를 도입하고 CMM·CMMI 등 품질인증을 앞다퉈 추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미진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SI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기고]SI산업의 활로
-김현수 한국SI학회장(국민대 교수)
SI산업은 국제적으로 IT서비스 산업으로 통칭되는 국가 성장 동력 산업 중의 하나이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무기로 경쟁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이며, 고학력 인력의 장기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는 대표적인 분야로서, 2002년 세계 SI산업은 3700억달러 규모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67%를 점유하고 있으며, 향후 연평균 10.5% 성장하여 2006년에는 5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SI산업을 어떻게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타 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이미지를 구가하고 있는 휴대폰은 전 국민이 테스트베드가 되어 품질 향상을 지원하고, 기능 향상을 이끌어주었다. 수요가 기술개발을 견인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례다. 반도체의 성공도 정부차원의 정보력 활용이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기여를 했고 건설 산업은 국가 차원에서 해외진출을 이끌어 주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산업 성공으로 직결된 사례이다.
SI산업도 우선 수요창출을 통한 기술력향상 지원이 필요하다. 전자정부 사업 등이 보다 활성화되고, 고난도 고품질의 공공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이 기획·추진되어야 한다. 국가 효율화 차원과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도 고품질의 정보시스템은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SI기업 차원에서도 중장기적인 경영 안정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적정 사업대가의 확보와 저작권 보장 등을 통해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기업에 주어져야 하고, 기업은 전략적 차원에서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CEO 육성, 평가, 보상, 지원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SI CEO 자원을 발굴하고 이들을 육성, 보상, 지원하는 시스템의 과감한 확충이 요구된다.
세계 IT서비스시장은 고부가 솔루션과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과점되고 있으므로, 글로벌 수준의 IT서비스 능력을 국내기업들이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고급 ITO, BPO 서비스 능력, 고부가 응용솔루션 개발 능력, IT컨설팅 능력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공공부문에서 시장이 선도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국가 정보력과 정부의 의지를 동원해 해외 시장개척과 기술개발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 핵심 솔루션 개발에 대한 전략적 지원은 물론 시장 개척과 수주 활동에 대한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전문기업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 역시 중요한 요소다. 대형 SI기업과 중견 솔루션 기업과의 상생의 협력구조와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은 산업발전의 주요 요건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