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3.5인치 HDD시장에서 최근 점유율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는 올 초 출시한 2.5인치 HDD에서도 시게이트를 제치고 히타치·후지쯔 등 기존 1위 업체에 이어 20%대의 시장점유율로 단독 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의 힘=삼성이 짧은 시기에 이같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관련 업계는 ‘가격정책’을 꼽는다. 올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제품(3.5인치 80GB 기준)은 외산 HDD에 비해 평균 5000원 가량 비쌌다. 하지만 지난 5∼6월경부터 외산 대비 가격폭이 1000원대로 좁혀지면서 삼성전자는 국내 HDD유통시장을 평정하기 시작했다. 용산 선인상가 한 관계자는 “이 정도 가격대에 2년 보증의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AS)까지 고려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외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최근 들어 다시 기존 가격대를 회복하고 있는 추세이나 삼성의 힘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의 승리=HDD분야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 스토리지사업부는 기존 디지털미디어총괄에서 지난해 반도체총괄로 소속을 옮기면서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전례 없는 저가정책 역시 이 같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총괄의 전폭적인 지원은 국내 채널마케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상품권·주변기기 번들 제공 등 일선 유통상을 상대로 한 각종 프로모션과 대학생 대상의 생산현장 견학 프로그램인 ‘공장원정대’ 운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도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한 공격적인 홍보마케팅도 삼성 HDD의 괄목 성장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뒷심이 관건=삼성의 약진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 HDD시장에서 삼성의 독주는 최소한 3.5인치 분야에서만큼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과 외산의 반격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시각 모두 관건은 삼성의 뒷심, 즉 반도체총괄 차원에서 사업지원의 지속성 여부다. HDD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일선 매장에서의 HDD 지도가격을 소폭 인상했다”며 “이는 가격정책의 후퇴며 전사적 지원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외산 업계의 반격 역시 만만찮다. 삼성의 성장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시게이트는 최근 11개 제품군을 무더기로 발표하는 등 빼앗긴 1위 자리 탈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삼성이 제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160GB 이상급 고용량 HDD에 초점을 맞춰 파워유저를 상대로 한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맥스터코리아도 AS 마케팅을 강화, 소비자 신뢰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는 “세계 HDD시장이 PC에서 점차 가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며 “따라서 외산 업계에 있어서는 삼성전자 HDD의 성장 자체가 곧 ‘공공의 적’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외산 업계의 반격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