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악산업 발전의 축을 담당해야 할 음악계가 심각한 분열 속에 표류하고 있다.
올해 음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벅스 저작권분쟁’ 및 ‘MP3폰 협상’에서 한국음악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음반사 등 관련단체와 업계가 사분오열하면서 음악산업 발전이라는 공동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악계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잇단 성공 모델로 시장이 제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과 확고한 저작권 보호인식을 바탕으로 콘텐츠 사업을 준비중인 일본에 국내 시장의 기득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객관적으로 전체 시장 발전을 유도할 강력한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벅스와 MP3폰 사태=‘벅스’와 ‘MP3폰’ 등 두 사안이 잘 해결될 경우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두 사안과 관련해 알려진 몇몇 협의결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음악계의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달 31일 벅스와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가진 ‘음악 발전을 위한 협력 조인식’은 ‘벅스 양성화’라는 나름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같은 음악계 내부에서 ‘최악의 합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한 음반사 관계자는 “음제협과 벅스 간 합의는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 서비스를 하더라도 광고수입의 일정액만을 소급적용해 지급하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고 혹평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벅스가 음제협과 돈을 담보로 이면계약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음반업계가 벅스에 대해 또다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천명하는 등 ‘벅스 정상화’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조짐도 보인다.
MP3폰 협상과정에서도 음악계는 지난 3월 음제협을 단일 창구로 내세워 ‘위기’ 앞에 한 목소리를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등이 참여하는 MP3폰협의체가 출범하면서 음악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행보를 보이다 LG텔레콤의 이탈로 협의체가 해체되면서는 결국 독자 행보를 걷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음악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LG텔레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대형 음반사 위주로 논의가 전개되면서 음제협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논의의 중심에서 비켜나는 등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음제협은 이어 벅스 사건 등으로 음악산업협회와 마찰을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들 단체가 LG텔레콤의 100억원 기금 조성 방안에 찬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음제협 관계자는 “본계약 조건이 나와야만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며 “대형 음반사 사이트만을 통한 음악 무료공급이 조건이라면 음제협은 참여 대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론의 장 필요=전문가들은 ‘공통된 논의의 장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음악 시장이 워낙 많은 권리자와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협상의 속도’만큼이나 ‘협상의 범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권리자가 모두 관련 시장에서 중요한 힘을 행사할 수 있어, 한쪽과 합의를 이루어내도 다른 한쪽이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역할론’에 대한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음악계 내부에서도 생각이 다른 쪽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디지털 음악 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요원하다”며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업계에 맡겨둬야겠지만 큰 틀을 마련하는 데는 정부가 어느 정도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