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달라졌네"

“삼성전자 달라졌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협력업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매년 부담스러운 비율로 단가를 낮추라는 심한 압력을 주던 삼성이, 개발계획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심한 마음의 부담을 주던 삼성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갑’ 기업이 그렇듯이 삼성전자도 지금까지 매우 빡빡한 조건을 납품업체에 요구해 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반도체사업부문 쪽은 무조건 납품가를 깎는 것을 지양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에 힘쓰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지금까지 삼성전자 한 사업부가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발표를 접하는 협력 중소기업들은 내심 적지 않은 위화감을 느껴왔다.

 장비업계 한 CEO는 “이미 알려진 대로 과거 어음으로 결제하던 것을 현금으로 전환해 혜택을 주거나 과거에 비해 단가 인하 폭을 덜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질적인 면뿐 아니라 자사의 향후 기술개발 계획을 사전에 귀띔해 줌으로써 ‘우리가 정말 협력업체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원가절감 차원에서 사업부 단위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 프로젝트도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PI는 예년에 비해 원가를 얼마나 절감하느냐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PI가 납품 단가 인하 요구의 주요 원인으로까지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최근 PI에서도 단가인하를 통한 단기적인 절약 차원이 아니라, 협력업체에 필요한 일정수준의 정보 제공과 공동 개발 등을 통한 국산화로 중기적인 투자 효율화 및 원가절감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는 30년의 역사를 거쳐 이제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야 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며 “삼성전자 반도체는 이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과 기술교류 활동 등을 강화해 수종사업의 로드맵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과의 윈윈은 거부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