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년특집]미래의 현장(기업 R&D)-정부출연연

◆항우연 다목적실용위성사업단

오는 11월께 러시아에서 쏘아 올릴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의 고해상도카메라(MSC)가 지난해 말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입고식을 갖고 기능 시험 및 조립에 들어갔다.

항공우주연구원의 다목적 실용위성사업단(단장 이주진 박사)이 아리랑 2호의 모든 책임을 맡아 총대를 맸다. 카메라의 기능 시험과 탑재 테스트까지는 통상 1년여가 걸리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9월께는 마무리 지어야하는 작업이어서 그런지 연구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항우연은 일정을 맞추기 위해 3교대 작업도 불사할 태세다.

아리랑 2호 본체 준비작업은 모두 완료됐다. 지구상공 685㎞에서 예상되는 진공시험이나 열, 발사 때 발생할 소음에 대비한 실험이 대부분 끝났다.

그러나 카메라 개발을 맡았던 이스라엘 엘롭사가 납기를 맞추지 못해 급기야 국내 연구진 10여 명이 급파됐고, 1년 가까이 늦기는 했지만 완벽한 성능을 갖춘 첨단 카메라를 들여와 모든 시험을 다시 실시한다. 실상 카메라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최고급 디지털 카메라보다 조금 더 좋은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구궤도 685㎞에서 가로세로 100㎝ 크기의 물체 식별이 가능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크기와 무게로 보면 렌즈 구경만 600㎜에 웬만한 어른 체중인 60㎏이나 나간다. 개발비는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샐러리맨이 1200년을 쓰지 않고 모아야 할 액수가 들어갔다. 600억 원이다.

워낙 고가라서 그런지 카메라의 입고식이 있던 날, 우주시험그룹 윤용식 박사는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며 혹시라도 있을 보도진들의 오버 액션을 경계하는데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의 사태가 상당히 신경쓰인 모양이다.

카메라를 책임지고 있는 위성응용그룹 윤형식 그룹장은 “우주 궤도상에서 직면하는 수십 도의 온도변화에도 2㎛ 이상은 변형되지 않을 정도의 고안정 구조물로 설계되어 있다”며 “반사경의 소재와 가공기술도 최고이지만 구조물간 조립 오차를 줄이는 기술만 해도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2호는 △지도 제작 △농업·임업 분야 주요작물 정밀 경지 면적 추정 △산사태 탐지 및 모니터링 △태풍피해지역 파악 및 관리 △지질재해 피해규모 산출 및 평가 등에 활용된다.

아리랑 2호 개발에는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가 모두 참여했다. 총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맡았지만 위성 본체 개발은 항공우주산업, 관제 시스템은 전자통신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했다.

다목적 실용위성사업단 이주진 단장은 “위성 본체와 MSC를 조립한 뒤 내년 8월까지 위성체 열진공 시험 및 동적 특성시험을 거쳐 9월엔 러시아로 위성 및 지원장비를 옮길 계획”이라며 “오는 11월께면 러시아에서 하늘로 올라가 지구궤도를 그리는 아리랑 2호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기초연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가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연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핵융합장치는 원자력 발전소와는 달리 우라늄 같은 별도의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닷물 속에 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연료다. 연료 공급을 차단하면 바로 발전이 멈추기 때문에 위험성도 없다. 그야말로 청정 에너지원인 셈이다.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단장 이경수, http://www.knfp.net)이 바로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 중인 우리 나라 핵융합 연구의 본산이다.

이 핵융합 연구장치 개발은 전세계 어느 누구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전인미답의 미개척 분야인데다 외국에서 제시되는 데이터 값의 오류가 많아 우리 나라에서 실증한 과학적인 데이터 값으로 고쳐가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900억 원을 들여 거북선 형상으로 건립한 핵융합실험동은 지상 단층이 10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에 9·11테러가 발생해도 끄떡없을 1.5m두께의 콘크리트 건물로 건축되어 있다. 건물 위용에 눌린 방문객들이 들어서기만 해도 움츠러들게 한다.

이 장치 개발의 공정 진척도는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81.7%다. 완공 목표는 오는 2007년이다. 현재 연구진들은 핵융합 장치에 필요한 초전도 자석 30개 중 10여 개를 두산 중공업 등과 공동 제작 중이다.이 연구동에선 초전도 자석이 들어갈 진공 용기 및 저온 용기는 제작을 모두 완료하고 조립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이 장치는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을까.

이 경수 단장은 “들어가는 에너지와 나오는 에너지의 출력비인 에너지 증배계수 ‘Q’가 20∼50(배), 가동시간은 9개월 정도는 되어야 완전 상용화가 가능한데 KSTAR는 ‘Q’ 1(배)이상, 가동시간은 300초 정도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을 통해 2030∼2035년께엔 상용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이 이 장치 개발을 통해 보유하게 될 기술 수준은 △플라스마 지속시간 300초로 세계 1위 △플라즈마 온도 1억∼3억도, 플라즈마 전류 2MA(메가암페어),자장강도 7.8테슬라로 세 부문 모두 세계 3위로 전망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 나라의 KSTAR 개발에 콧대 높은 미국이 2600만 달러, 일본이 2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섰고, 유럽연합과는 2000만 달러 수준의 투자유치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단장은 “대체 에너지로는 핵융합밖에 없다”며 “20∼30년 뒤 예상되는 세계 에너지 다툼에서 우리 나라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TRI 유기전자소자팀

우리 나라 IT R&D의 메카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유기전자소자팀(팀장 서경수 박사) 실험실. 대개가 그렇듯 적정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클린룸 시설이어서 작업 환경이 좋을 것 같지만 시큼한 화학약품 냄새와 기계 소음이 마치 제조공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전원 없이도 표시가 가능한 전자종이용 전자잉크 제작 때문인지 실험실의 반이 화학 용기와 약품 등으로 채워져 있다. 나머지는 반도체 공정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매일 실험실을 들락거리다 보면 만성이 됩니다. 일반인들은 클린룸 생활이 무슨 혜택인양 좋아 보일지 몰라도 막상 여기서 지내라면 하루를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PCB 분야든 카드 분야든 무기물로 구성되어 있는 트랜지스터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유기물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서경수 팀장의 말이다.

이 팀은 현재 유리기판 위에서 제작하고 있는 트랜지스터를 플라스틱이나 이와 유사한 성질을 갖는 유기물로 대체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종이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페이퍼형 휴대폰을, 사무실용으로는 고품질의 디스플레이를, AV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현장감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이 팀은 핸드폰 기기의 화면을 5인치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판을 접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해 이동성 등이 좋은 두루마리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서 팀장은 “두루마리 디스플레이라도 변형 없는 복원성과 낮은 비용이 관건”이라며 “앞으로는 핸드폰에 MP3와 카메라 PC 등이 들어오겠지만 디스플레이 문제 해결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이 무기물로 되어 있는 스마트 카드 전체를 값싸고 가벼운 유기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이 R&D 팀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추혜용 박사는 “대부분 유기물을 만들더라도 산소나 수분 등에 노출될 경우 타버리거나 망가지는 것이 문제였다”며 “현재 물속에서도 발광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투습성을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수분이나 산소, 빛, 온도 변화 등에 안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결과 나올 경우 트랜지스터 분야에서는 또 한번의 변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추 박사는 실험실을 함께 둘러본 뒤 실험의 미션에 대해 △동작중 열 등에도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소재 △자외선이나 수분, 산소 등에 의해 열화가 일어나지 않는 소재 등을 우선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하고 강조했다.

서 팀장은 일본 소니가 만든 전자책을 보여주며 “60만 원 정도에 보급하고 있지만 흑백인데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며 “안정적인 연구비가 지원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우리도 3년 후면 컬러 전자책을 상용화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