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뉴딜로 재도약 하자]기고-IT뉴딜정책의 방향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 부장

 IT뉴딜 정책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1월 말에 4000억원의 예산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며 공식명칭도 ‘디지털국력강화대책’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중점사업은 공공DB 구축(재난관리용DB, 지식DB, 행정DB 등) 및 교통물류시스템(ITS) 개선으로, 이를 통해 고용창출과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장단기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것이다.

 일단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특정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SOC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 대신,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시스템의 개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특정분야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면 거품 조장이나 공정성 시비 가능성이 크다. SOC에 대한 대형 투자는 건설경기의 과열 혹은 유휴·과잉 설비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에 반해 국가차원의 DB 확충이나 ITS 개선 등은 이러한 우려가 크게 줄어든다. 유형의 고정자산 대신 무형의 지식자산을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도 적지 않다. ‘예산규모가 너무 작다’ ‘전시행정, 졸속계획의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인위적인 시장창출이므로 거품을 피하기 어렵다’ 등등. 그러나 IT뉴딜 정책은 극심한 불황과 심각한 청년실업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다 한두 바가지라도 물을 부어야 하는데, 4000억원이라는 정부예산은 바가지 물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부도 IT뉴딜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최대한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고용창출이 목표라면 기업의 참여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철저한 중간 점검과 사후 평가가 필수적이다.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부처 간의 과열경쟁도 피해야 한다. 뉴딜 정책에 이어 신벤처정책까지 거론되자 벤처 열풍이 재연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마저 나타났다. 정부 개입의 부작용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펌프를 가동하는 데 그쳐야 한다. 펌프에다 드럼통 물을 붓거나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대신 수차로 물을 퍼 나르는 것은 미련한 짓임에 틀림없다.

 예산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다면 학교와 군대라는 2대 조직의 IT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함이 바람직하다. 이 사업은 자체 시장규모도 엄청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교육부문의 IT 인프라는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은 물론 ‘24시간 열린 학교’의 실현을 통해 교육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프라만 갖춘다면 군대야말로 IT 인력을 양성하기에 적격이다. 이스라엘은 과학과 컴퓨터에 뛰어난 고교졸업생 수십명을 뽑아 6개월 간 특별훈련을 시킨 후 정보부대에 배치하는데, 이들이 지식 강군(强軍)과 IT벤처의 주역이라 한다.

 한국의 IT 위상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블록버스터 국가’<뉴스위크, 2004.5.3>, ‘브로드밴드 원더랜드’<포천, 2004.9.20>라는 찬사가 있는가 하면 ‘웃기는 통신강국’(weird wired world)<포브스, 2003.7.21>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포브스의 비아냥은 ‘엄청난 IT 인프라를 청소년들이 오락으로 소모하는 나라, (정보)고속도로를 깔아 놓았지만 의식과 질서가 못 따라가는 나라’라는 뜻이다. 막강한 IT 잠재력을 국가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에 보다 많이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자만심마저 있었던 것일까. 3G에 이어 광통신망, 위성DMB, VoIP, 모바일결제 등 차세대 IT 인프라에서 일본에 계속 선수를 빼앗겼다. 기업의 투자라는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에 대한 인내와 신뢰 그리고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작전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