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다시 뛰는 IT 2005

 2005년, 신년 벽두지만 올 경기는 장밋빛이기 보다는 잿빛 전망이 우세하다.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IT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 조짐과 IT경기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으로 원화 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이미 각 기업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내수 또한 소비심리 위축과 투자 회복 지연으로 당분간 침체가 불가피하다. 경기 부양 노력에도 경제 성장률은 4% 수준에 머물러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빈곤층의 양극화도 깊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미래 성장 동력도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연말과 연초면 으레 좀 들뜨기 마련인데 오히려 평소보다 기업 분위기가 더 냉랭하다. 새해면 있을 법한 희망 섞인 메시지도 찾아 볼 수 없다. 대신에 ‘긴축’ 경영과 ‘고강도 비상’ 경영 등 위기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키워드가 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삼성과 LG전자 최고경영자는 이미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할 것을 사업 부문에 지시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말 창사 35주년 메시지에서 “세계 경제 하락세와 주력 사업 시황 악화 등으로 신년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하고 절망에 빠질 수만은 없다.

 IT의 힘은 불과 몇년 사이에 쌓은 결과물이 아니다. ‘IT코리아’와 ’디지털 강국’이라는 명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초고속인터넷 분야는 OECD 주요 국가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광대역 인프라는 이미 초고속 성장 엔진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단 기간 세계 최대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이동전화 인프라 망은 어느 나라에서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올랐다. 통신망 구축과 운영 노하우, 대규모 가입자 유치와 관리 경험, 풍부한 응용 서비스 등을 배우기 위해 세계 유수의 전문가가 지금도 우리나라를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다.

 전자정부 구축 사업도 불과 몇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세계 198개국 중 32위에 올라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미국 브라운대학이 ‘세계 전자정부 연구’의 2004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기관 인터넷 서비스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로 대만·싱가포르·미국·캐나다·모나코·중국에 이어 우리를 꼽을 정도다. 전자정부 사업은 초고속 인프라와 함께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델로 부상했다.

 IT산업의 저력은 역시 글로벌 경쟁력이다. 이는 수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와 핸드폰·PC ‘3대 IT품목’이 전체 우리 경제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도 해외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26.2% 늘어난 252억 6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앞으로 4년간 연평균 16.5%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해 2008년 429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IT기술의 총아’라 불리는 휴대폰 수출도 지난해 전년 대비 33.7% 늘어난 165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4년 동안 연평균 27.6%의 고성장을 거듭해 2008년에는 419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콘텐츠 가운데 게임은 이미 세계에서 기술력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으로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북미 시장에 이어 유럽시장의 관문인 영국시장을 노크 중이며 액토즈와 위메이드도 유럽 시장의 빗장을 열고 있다.

 이처럼 국내 IT산업은 내수 위축을 만회하는 성장 동력으로 손색이 없다. 중국 긴축 정책, 고유가, 미국 금리 현상 등 온갖 악재로 IT 분야가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을 따름이다. 주변 여건만 좀 개선되고 마음만 다잡으면 언제든지 다시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초 체력도 탄탄하다. 정통부도 이에 발맞춰 2007년 세계 IT시장을 주도한다는 목표 아래 ‘IT 839’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IT강국 한국의 위상 높이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흔히 경제는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한다. 비관과 절망도 빠르게 전염되지만 잘 해보자는 의욕, 잘할 수 있다는 의지와 희망도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빠르게 확산 된다. 문제는 비관과 절망에 빠진 악순환 고리를 끊고 이를 선순환으로 고치는 일이다.

 새해는 항상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게 된다. 2005년 1월 1일은 이를 위한 시작이다.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이 시작되는 날, 새로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의욕을 가지는 날이다.

 2005년 IT업계는 희망을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제는 오직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 멋지게 테이프를 끊는 일만 남았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