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뜻의 강소(强小)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소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기업이 지금의 경제기반을 만들어 놓았다면 2000년 시작된 벤처 붐은 미래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증폭하는 역할을 했다. 경제를 나무로 비유해 본다면 대기업은 든든한 뿌리다. 벤처는 열매라고 할 수 있으며 강소기업은 나무 몸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경제의 맥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이들의 성공과 해외로의 진출 여부에 따라 국가 미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강소 기업의 조건으로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기업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서 성공한 기업 △나의 이름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 △스피드와 유연성을 갖추고 대응한 기업 △시장지향적인 독자기술 개발을 갖춘 기업 등을 꼽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자료에 근거해 IT 업계의 강소기업을 분류해 봤다.
◇끈기와 집념으로 한 우물 파기
한 분야에만 몰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장인이 인정받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한 분야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강소 기업의 한 조건으로 꼽히는 것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화전자(대표 김상면 http://www.jahwa.co.kr)가 이 부문에서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마그네트, PTC서미스터 등 전자부품에 들어가는 기초 품 개발에 몰두, 국산화에 기여했다. 일례로 자화전자가 PTC서미스터를 개발하기 시작해 삼성전자에 공급하기까지는 꼬박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PTC 서미스터는 온도 보상, 과열방지 용도로 사용되는 일종의 반도체 소자로 냉장고, 에어컨 등 적용분야가 넓어 사업성이 뛰어나지만 자화전자가 개발하기 전까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가 완제품을 내놓는 데 8년.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위해 2년 동안 다시 자체 시험을 거쳤다. 삼성전자에 PTC 서미스터 전량을 납품하기까지는 오로지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집념이 있어 가능했다.
◇독창성을 가진 기업
시장의 다변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독창성이다. 남들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강소기업으로서 꼭 갖춰야 할 조건 중 하나다.
대덕전자(대표 김영재 http://www.daeduck.com)는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산업계에서 간판 역할을 해온 업체다. 이 회사는 통신장비용 PCB를 주력으로 해외에 수출하던 1999년부터 이미 휴대폰용 PCB를 전략상품으로 지정해 빌드업 제품의 국산화를 주도해왔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휴대폰 제조업체 뒤에서 탄탄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조연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창업주 김정식 회장의 차남인 김영재 사장이 취임하면서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휴대폰용 빌드업 기판,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 14층 이상의 고다층통신용기판, RF(Radio Frequency) 기판 등 중국이 생산할 수 없는 고부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컴투스(대표 박지영 http://www.com2us.com)도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독창성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바일게임 개발을 가장 먼저 시작해 5년간 단 한번도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줄곧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컴투스가 이 같은 시장 연륜과 지배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힘은 개발에 대한 열정과 넘치는 아이디어다. 시장 트렌드를 대변하는 게임을 매년 쏟아낸다. 컴투스가 내놓는 게임은 모바일게임시장 주류가 되고, 그의 아류작들이 쏟아질 정도로 시장에서 컴투스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컴투스는 대한민국 대표 모바일게임 개발업체로서 해외시장 진출도 선도적이다.
◇고유 브랜드로 승부
고유 브랜드를 갖고 시장에서 성공한 경우는 많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로 유명한 레인콤 역시 고유 브랜드로 성공한 케이스다. 비트컴퓨터(대표 조현정 http://www.bit.co.kr)도 이 측면에서는 대표적인 업체다. 의료정보 소프트웨어와 교육기관 부문에서 비트컴퓨터의 브랜드는 높이 살 만하다.
‘비트’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주력제품으로는 병원급에 공급되는 처방전달시스템(OCS), 원무관리시스템(PM/PA), 전자의무기록(EMR), 리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환자마케팅시스템(CRM)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닥터비트 등이 있다. ‘비트’라는 브랜드가 알려진 또 다른 분야로는 IT교육이 있다. 전체 매출의 25∼30%를 차지하는 비트교육센터는 IT 교육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정착해 있다.
지난 12월부터 중국시장에 ‘이지오(EZIO)’라는 독자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화한 휴대폰 전문기업인 이지엠텍(대표 김동필 http://www.ezzemobile.com)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전 세계 12개국에 GSM, CDMA 단말기를 생산·수출하는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13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00년 7월 설립된 이지엠텍은 올해 중국 매출의존도를 60% 수준으로 낮추고 태국·브라질·터키 등 신규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피드와 유연성을 갖춘 기업
스피드와 유연성은 복잡하고 급격히 변하는 현 기업환경에서 강소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무기다. 게임분야의 CCR와 통신제조 부문의 이노스트림이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CCR(대표 윤석호 http://www.ccr.co.kr)는 컴퓨터솔루션 및 시스템통합(SI)업체로 출발, 게임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일궈낸 중견 개발사다. 포트리스 시리즈로 온라인게임시장 돌풍을 일으키더니 지난해에는 RF온라인으로 1년 히트작 열풍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CCR는 새로운 게임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업계 중견으로 꼽힐 정도로 연륜이 쌓였지만, 게임개발에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신생업체처럼 열정적이고 치열하다. 그래서 언뜻 CCR는 가볍고, 쉬운 업체로 인식되고 있지만 연륜을 가진 중견업체로서의 고집만은 대단하다.
이노스트림(대표 임기종 http://www.innostream.com)은 CDMA 단말기 전문제조사인 이노링스를 합병하면서 직원수 300여명, 연평균 매출 3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 휴대폰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이노스트림은 GSM 및 GPRS단말기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대만·홍콩 등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휴대폰 업체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대만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회사인 텔콤사와 손잡고 독자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 3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지향적인 독자기술 개발
알티베이스(대표 김기완 http://www.altibase.com)를 강소 기업으로 꼽는 이유는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부문에서 ‘메인 메모리 DBMS(MMDBMS)’라는 새로운 틈새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이 업체의 점유율은 약 80%에 달하고 연간 200여억원에 달하는 수입 대체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공 포인트는 시장 진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범용 DBMS가 아닌, 특수 목적의 DBMS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는 데 있다. SKT·KT·KTF·LGT 등 대형 통신사들과 거의 모든 증권사, NHN·넥슨 등 인터넷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특히 올해 범용DBMS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하이브리드 MM DBMS ‘알티베이스 4’의 성공 가능성이 주목된다.
파이오링크(대표 이호성 http://www.piolink.co.kr)는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 솔루션인 L4∼7스위치 전문 개발 업체다. 이 회사의 L4∼7 스위치는 서비스 제공업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미션 크리티컬한 네트워크 환경에 완벽한 보안과 최고의 성능, 최고의 가용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투자 비용과 IT비용 및 업그레이드 비용을 최소화해 준다. 다양한 제품라인을 통해 웹 서버, 캐시 서버, 방화벽, VPN, 인터넷 회선의 부하 분산과 바이러스 차단 등 다양한 업무영역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L4∼7 스위치 전문 리딩기업으로 국내 VPN 로드밸런싱 시장점유율 80%를 자랑하고 있으며 국내외 다양한 금융사와 기업체, 공공기관 등에 L4∼7 스위치 제품을 공급했다. 2003년 일본에 진출해 150여 곳의 고객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및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을 추진중이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