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인도의 우화가 있다.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 보고 각자가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묘사하는데 그 설명이 제 각각이었다는 우화다. 우리 모바일게임 시장을 바라 보는 시각이 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꼭 닮았다.
온라인게임과 함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게임산업의 양대 축이자, 연평균 40% 이상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신 성장동력!’ 이 같은 장밋빛 해석의 이면에는 해외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으며, 안으로는 과당경쟁으로 곪아 가고 있다는 정반대의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불과 5년 여의 짧은 기간 동안 우리 모바일게임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심지어 TV를 보면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3600만 명이 항상 지니고 있는 게임기기(휴대전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 잠재력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안경을 끼고 이 시장을 바라 보는 눈은 왜 있는 걸까.
여러 원인 중에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모바일게임은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기간과 적은 투자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같은 장점이 역으로 뒷덜미를 잡아 끈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몇 개월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 산업을 절대 공급과잉의 수렁으로 이끌고 있다.
공급과잉은 생존의 고민으로 이어지고, 당장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퀄리티가 아닌 마케팅만이 유일한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군소업체의 난립과 하향 평준화 속에 전체 산업의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진단하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완전경쟁 시장의 장점을 얘기하기도 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에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창업 열기를 꺾어서는 안 되며 이를 막을 만한 마땅한 장치도 없다는 현실론까지 가세한다.
모두 맞는 얘기다. 모든 현상이 그렇듯 양날의 검이요, 동전의 양면이다. 장님들이 만진 코끼리는 제 각각이었지만, 각자가 본 모습이 실상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머리를 맞댔더라면, 보다 코끼리다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정부와 관계기관, 통신사와 개발사 모두 나름대로 시장을 보는 견해와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비록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는 최선의 대안이라 할지라도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자기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날로 발전하는 세계시장 속에서 대한민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자칫하면, 산업으로서의 틀을 갖추기도 전에 외국업체들에게 안방을 내 줘야 할 지도 모른다. 시장 참여자 모두 머리를 맞대고 맹인모상의 우를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 오성민 회장 smoh@nazc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