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乙酉)년 새해를 맞아 닭띠 경영인들이 주목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닭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풍년을 예고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또 닭의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진취적이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닭 띠 생인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사장(69년생)과 김소희 키스킨 공동 대표(81년생)도 모험을 좋하하고 즐기는 편이다. 두 사람은 모두 대학생 때 회사를 창업했다. 벼랑 끝 모험을 즐기는 배짱이 아니면 여간해서 감행하기 힘든 일이다. 오 사장은 충남대 전산학과 4학년이던 94년에, 그리고 김 대표는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2학년이던 2003년에 각각 회사를 세웠다.
오 사장은 “젊음과 열정 밖에 없던, 순진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한 시절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하며 웃는다.
12살 차이나는 띠 동갑인 두 사람은 올해 화두가 같다. 해외 시장 개척이다. 이미 지난 10년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쌓아온 오 사장은 특히 일본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한류 열풍에 일본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 마저 보이고 있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일본 시장 진출에 호기”라는 오 사장은 “ 인터넷 메신저(대화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올해 일본 시장에서 1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사장이 이끌고 있는 지란지교는 작년에 만 10년을 넘기고 이제 100년을 위한 새로운 발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아직 대학에 재학중인(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3학년)인 김 대표의 포부(?)는 오 사장 보다도 더 크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키보드 보호 커버 등을 판매하고 있는 김 대표는“우리도 올해는 일본 시장에 신규 진출 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간접 판매에 그쳤던 미국, 영국에서 보다 많은 마진을 내기 위해 올해는 직접 판매로 전환할 예정입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 보던 가장 연장자인 조석일(57년생) 코코넛 사장이 “해외 시장 진출을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며 끼어들었다. 조 사장은 “국내에서 먼저 성공한 후 해외로 나가야지 국내에서 안되니까 막연히 해외로 나간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세 사람중 조 사장은 닭과의 인연(?)이 가장 깊다. 조 사장 어머니도 닭띠다. 또 조 사장 외삼촌과 외숙모도 닭띠다. 여기에 동갑내기 부인도 닭띠다. “닭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조 사장은 “올해 좋은 일만 생길 모양”이라고 웃었다.
세 사람의 대화는 정부가 올해 추진할 제2 벤처 붐으로 옮겨갔다. 오 사장이 “지속적이면서도 꾸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운을 떼자 조 사장도 “맞는 말이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벤처기업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공급 측면보다는 시장 파이를 키우고 수요를 불러 일으키는 수요 측면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 대표는 “무슨 무슨 행사를 열어 상을 주는 이벤트성 정책 보다는 벤처가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존경하는 기업인 이야기가 나오자 오 사장이 “솔직히 32살 이전에는 존경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안철수, 빌 게이츠, 잭 웰치 같은 경영자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여성이라서 그런지 여성 기업인에게 눈길이 간다는 김 대표는 “최근 나온 책을 보고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을 존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너인 두 사람과 달리 전문 경영인으로 한국IBM, 한국오라클 같은 다국적기업을 거친 조 사장은 “기업 하는 사람 모두가 존경스럽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올 한해는 어느 때보다도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의 닭띠 경영자들은 벤처 특유의 열정과 모험으로 ‘올해를 나의 해’로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특유의 기업가 정신을 불태우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