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을 밝히는 사람들’
LG화학 익산공장 컬러디자인센터를 부르는 말이다. LG화학 익산 공장은 ABS나 EP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 생활용품 등에 널리 쓰이는 합성수지를 만드는 LG화학의 심장부다.
컬러디자인센터는 언뜻 보면 화학 업체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화학 업체야 플라스틱 품질이 우선이지 컬러에 신경을 쓴다는 발상 자체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감성소비문화 시대에는 컬러가 경쟁력입니다. 합성수지의 컬러는 완제품의 디자인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무채색의 합성수지에 컬러를 입히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가치 창출입니다.”
박광진 LG화학 컬러디자인센터장은 합성수지 컬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고객의 요구대로 합성수지 컬러를 만드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컬러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안할 정도의 내공을 갖추게 됐다.
그 결과 우리 눈에 보이는 제품 중에 금속을 제외한 모든 소재의 컬러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컬러디자인센터는 바다처럼 시원한 느낌을 주는 누드 모니터, 물통을 투명 소재로 만든 가습기, 보석처럼 빛나는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의 산파 역할을 했다.
컬러 마케팅은 시간 싸움이다. 눈에 확 띄는 컬러도 몇 달 지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고 아무리 좋은 컬러를 만들어도 경쟁사보다 늦으면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디자인센터의 하루는 다른 부서보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난다.
컬러디자인센터의 하루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컬러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실제 구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컬러를 섞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컬러가 한 달에 약 600가지, 하루에 30개 꼴이다.
이에 대해 박광진 센터장은 “사람이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컬러는 수천 가지 이상”이라며 “여기에 합성수지의 특성이나 펄, 투명 등 각종 시각 효과를 조합하면 가능한 컬러는 수십만 가지”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또 “컬러를 만드는 작업은 컬러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조명과 소재, 디자인 감각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컬러디자인센터 구성원은 대부분 산업기사나 품질관리기사 등 다양한 국가기술 자격증이 있다. 각종 사내 시상도 휩쓸었다. 최근에는 컬러 관련 유일한 국가 공인 자격증인 컬러리스트 자격을 11명이나 받았다.
우리나라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 수준이다. 몇몇 제품의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래도 2% 부족한 것이 있다면 디자인과 컬러다. 특히 컬러는 제품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컬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LG화학 컬러디자인센터가 있는 한 우리나라 제품의 2% 부족한 경쟁력은 곧 채워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