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갑신년이 저물고 을유년이 밝았다. 을유년은 게임산업에는 큰 의미와 변화를 던져주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문화관광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이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상황이라 올해는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희망 찬 새해를 준비하는 게임업체들의 발걸음을 한층 빨라지게 할 수도, 더디게 할 수도 있는 여러가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입법예고된 ‘게임산업진흥법’의 내용 가운데는 이미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과 협회, 업체들의 합의로 본격화한 것도 있다. 또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관련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연말에 터져나온 영상물등급위원회 전현직 위원의 뇌물수뢰 여파로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을유년 새해에 게임산업 및 업계와 유저들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 게임산업진흥법 제정
올해 게임업계에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게임산업진흥법’이다. 문화부가 당초 지난해 입법하겠다는 계획으로 추진해온 법인 만큼 올해는 빠른 시일 내에 입법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 게임산업 전반에 여러가지 변화가 생긴다.
가장 큰 변화는 게임과 관련한 법률이 단속과 규제위주의 기존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에서 새로운 산업환경에 맞는 형태로 탈바꿈한다는 것. 문화부는 현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민간이양’을 소리 높여 부르짓어온 만큼 ‘게임산업진흥법’은 민간기업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정될 전망이다.
물론 ‘게임산업진흥법’이 제정되기까지는 남아있는 절차가 많은 데다 정보통신부 등 게임산업과 연관이 있는 정부부처간의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 그 내용이 당장 올해부터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PC방을 자유업에서 신고업으로 전환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44∼45면). 하지만 또 다른 내용의 경우는 이미 법제정과는 별도로 시행에 들어가는 등 정부차원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게임물 등급 심의 기관 변경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게임산업에 가장 큰 변화 요인이 될 것으로 꼽히는 ‘게임산업진흥법’의 주요 내용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심의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손을 떠나 다른 새로운 기관에 맡겨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진흥법(안)’ 제 20조 내지 24조에는 ‘현행 등급분류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게임물의 등급분류 기관의 지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게임산업의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등급분류업무를 개선하고, 등급분류의 사후관리 강화’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는 특히 민간 자율심의제 도입을 위한 과도기적 제도로서 ‘등급분류기관 지정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으로 게임물에 대한 등급심의에 민간의 참여폭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또 ‘게임산업진흥법’이 통과하면 게임물 등급분류체계도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로 이원화된다. 영등위가 시행하고 있는 현행 등급분류는 전체이용가와 18세이용가로 크게 나뉘며 신청인의 요청에 따라서는 전체이용가와 12세이용가 및 15세이용가와 18세이용가 등 4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이번 ‘게임산업진흥법(안)’은 기존 신청인에 의한 4등급제를 삭제한 것.
여기에서는 청소년의 연령기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음비게법에서는 청소년의 연령기준을 18세로 정하고 있으나 청소년보호법에는 19세로 정하고 있다. 새로 제정되는 ‘게임산업진흥법’은 청소년을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령에 따르는 것. 다만 이에 대해서는 ‘문화부·청소년보호위원회가 공동으로 관련기관·단체 의견수렴 등 공청회를 통해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명기,아직은 유보적인 상황이다.
# 국제게임전시회
2005년부터는 국내에도 세계적인 게임전시회가 개최된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지난해 12월 게임관련 유관기간과 단체 및 게임업계 등과 공동으로 ‘국제 게임전시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올해부터 기존 국내 게임전시회 및 게임관련 행사를 총망라한 국제 규모의 게임전시회인 ‘글로벌게임엑스포-지스타’를 개최키로 했다. 이미 기간과 장소도 11월10일부터 12일까지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으로 결정했다.
전시 내용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온라인·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하되 아케이드게임과 PC·콘솔게임 등 모든 분야와 장르를 포괄적으로 수용키로 했다. 또 B2B·B2C 전문관을 따로 운영하고 국제게임컨퍼런스와 수출상담회 등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와 대한민국게임대상, 게임음악회, e스포츠대회 등의 문화행사도 병행해 국제 비즈니스의 장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지스타 2005’는 정동채 문화부 장관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게임업계 및 협·단체장 및 유관기관 인사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가 주체가 돼서 꾸려나가게 된다. 조직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내용은 집행위원회에 의해 실행에 옮겨지며, 집행위원회는 전시회 실무의사 결정 및 집행기구로서 별도의 사무국을 두고 전시회 개최를 위한 실무를 담당키로 했다.
참여업체와 관람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그동안 사분오열 됐던 게임업계 및 관련 협·단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e스포츠협회 출범
올해부터는 e스포츠가 새로운 게임물화로 적극 육성된다. 특히 문화부는 정부차원에서 올해부터 3년간 총 140억원을 투자해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e스포츠 발전 정책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기초인프라 확충 ▲e스포츠 문화를 조성 ▲국제협력 강화 ▲법·제도 및 지원시스템 마련 등 4대 정책비전을 중점으로 추진,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르면 2006년부터 3년간의 일정으로 e스포츠 및 게임산업의 거점이 될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건립에 나서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체계적이고 통일된 e스포츠 활동 기반 마련을 위해 협회차원의 통합 리그 운영을 지원키로 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아시아 e스포츠 대전’을 개최, 국가간 e스포츠 대회를 활성화 시키고, e스포츠를 통한 남·북한 청소년 교류를 위해 기초연구도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게임산업진흥법(안)에 e스포츠 분야를 명문화해 e스포츠 발전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내에 e스포츠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공공분야의 지원 시스템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를 위한 대기업 중심의 제2기 e스포츠협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올해는 e스포츠의 중흥이 예상된다.
# 온라인게임 시장 변화
올해는 무엇보다도 게임시장과 개발환경이 크게 변모할 전망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선전이 외산 게임도 높은 게임성과 완성도를 갖추면 얼마든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 특히 이는 국내 게이머와 개발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눈을 대폭 높여 놓음으로써 온라인게임은 완성도와 게임성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새로운 경쟁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WOW’의 선전이 당장은 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투자를 급속히 냉각시키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산 온라인게임도 앞으로는 충분한 게임성과 완성도를 갖추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이상 특정 인기 게임을 모방한 아류작을 개발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서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런만큼 국산 게임의 경쟁력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던 국내 업체들도 올해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외산 게임에 밀려 도태될 수 밖에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이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