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장이 PC에서 정보가전 쪽으로 전환되면서 윈텔진영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파트너로 제2 윈텔진영을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이들 4사가 연합전선을 구축할 경우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 시장확산을 꾀할 수 있다. 또 공동마케팅을 할 경우 비용을 줄이며, 이른 시간 내에 기업의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연합전선 왜 거론되는가=가전과 칩, 운용체계(OS)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이들 업체의 결합은 정보가전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다. 가전제품과 통신기기, 방송기기가 시장에서 혼재되며 대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컨버전스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왔다. 가전시장에 IT와 방송·통신 등이 융합되면서 생겨난 정보가전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컨버전스 환경에서 연합전선 구축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독자적인 표준과 개발, 고립된 마케팅은 기업을 붕괴시킨다. 베타방식의 캠코더, MS를 선택하지 않은 애플컴퓨터는 성장하지 못했다.
연합전선의 골자는 칩에서 OS, 정보가전기기 완제품에 이르는 일사분란한 개발시스템 구축과 공동 마케팅 등이다. 이들 업체 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형성되면 개발 초기부터 각사의 엔지니어들이 다수 포함돼 정보를 교환하며, 사전에 칩과 OS를 공급해 정보가전기기의 생산일정을 앞당기게 된다. 이들 제2의 윈텔진영은 ‘연합군’인 동시에 ‘보험’인 셈이다.
◇어느 단계인가=MS와 인텔이 먼저 구애를 시작했다. 두 회사의 CEO와 CTO 등이 한국을 오가며 정보가전시장에서 협력 파트너 방안을 모색해 왔다. MS는 마케팅 비용의 상당부문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사 OS가 정보가전시장에서 표준이 되기를 희망했다. 스티브 발머 CEO도 한국을 방문, 국내 업체에 자사 표준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CES에서는 빌 게이츠가 LG전자의 DVR, 레인콤의 5G급 아이리버를 들고 장황하게 컨버전스와 공동협력방안을 설명했다. 성장세가 둔화된 PC기반 OS 판매로 더는 정보가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인텔은 불과 2년 전 회사조직 내에 소비자가전그룹을 만들며 대세로 자리잡은 정보가전 컨버전스에 대비해 왔다. 인텔 CEO와 CTO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연속 방문, 이 같은 협력관계를 모색해 왔다.
현재는 실무 협상 차원에서 진행중이다. 외형적으로는 인텔과 MS가 각각 움직이는 형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보가전시장을 아우르는 포괄적 밑그림이 존재한다. 가전업계 실무담당자들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접촉을 갖고 협상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어떤 위력인가=OS, 칩, 정보가전기기를 포함한 연합전선 구축은 예전의 ‘윈텔진영’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연합전선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국지전이었다면, 이번 연합전선은 정보가전이라는 포괄적 디지털 산업에 대해 벌어지는 전면전 성격을 갖는다.
‘제2의 윈텔진영’은 일단 전세계 정보가전시장을 다시 편가르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참여한 기업과 참여하지 못한 기업’으로 구분되면서 제품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와 패배로 정해진다.
국내 가전업체는 시간이 문제지 MS·인텔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 설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MS·인텔과 초기부터 주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경우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세계 정보가전시장을 좌지우지할 강력한 힘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제2 윈텔진영의 출범은 MS와 인텔이 컴퓨터에 이어 정보가전에서도 주도적인 힘을 확보,가전업계를 종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