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3국의 소프트웨어(SW)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해 들어 한·중·일 3국이 지난해 리눅스에 이어 전사자원관리(ERP),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등으로 협력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다국적 SW업체들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들 3국의 협력 움직임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3국 중 SW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3국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은 물론 아시아 SW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S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한·중·일 3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의 물꼬를 튼 것은 아시아눅스다. 한글과컴퓨터가 지난 9월 아시아눅스의 한국 파트너로 선정됐다. 아시아눅스는 처음에는 한국이 제외된 채 중국의 홍기리눅스와 일본의 미라클리눅스가 주축이 돼 움직였지만, 애플리케이션 부재라는 장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한글과컴퓨터가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아시아눅스는 서버용 리눅스 운용체계(OS)를 말한다.
백종인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아시아눅스는 공동개발이 전제돼 로열티가 없고 판매시에도 자체개발 제품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며 “국내 리눅스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S 분야의 3국 협력은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당장 오는 19일 ‘1회 한·중·일 ERP포럼(가칭)’이 베이징에서 열린다. 포럼에는 3국의 30여개 ERP업체들이 참가해 공동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중국 20개 업체, 일본 11개 업체, 한국 10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김용필 한국ERP협의회장은 “3국의 주요 ERP업체들이 기술 협력을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포럼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PM 분야도 협력을 추진중이다. 산·학·연·관 협의체로 구성된 BPM코리아포럼은 오는 3월 일본에서 한·중·일 BPM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기술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BPM코리아포럼은 아시아 협의체 구성을 위해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포럼 공식명칭도 BPM포럼으로 바꿀 계획이다.
◇“뭉쳐야 산다”=이들 3국 주요 SW업체들의 협력은 세계적인 다국적 SW업체와의 경쟁으로 직결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국적 업체들이 아시아·태평양 SW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시아 주요 3국의 SW업체들이 협력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16억 인구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 아시아 최대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SW 시장의 테스트마켓으로 꼽히는 한국의 주요 SW업체들이 뭉치면 지금처럼 안방을 송두리째 다국적 SW업체에 내주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3국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국의 경우 3국 협력을 통해 까다롭기 유명한 일본과 중국 SW 시장에 무혈입성이 가능하다. 중국과 일본의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3국 중 한국이 SW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업체들이 3국 협력의 최대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또 BPM과 같은 신규 SW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다국적 기업의 시장 진입을 초기에 봉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백원인 BPM코리아포럼 회장은 “BPM은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다국적기업에 비해 국내 SW업체들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파키스칸,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범아시아권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결성, 다국적업체들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없나=그렇다고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3국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푸느냐가 선결과제다. 누구도 손해보는 장사를 하려고 들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김용필 회장은 “3국이 먼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만 공동개발과 같은 협력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3국간 체계적인 협력시스템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과 일본이 전통적으로 독자 표준을 강조한 성향이 강하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국이 서로의 표준을 고집해 의견이 충돌할 경우, 한국 업체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3국간 협력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림원소프트랩 김종호 상무는 “중국이나 일본 주도로 3국간 SW 협력이 이뤄질 경우 국내 업체들의 설자리가 좁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3국 SW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