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송인수 팀장은 ‘과학자’가 꿈이었다. 그래서 과학고를 가고 카이스트로 진학해서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엘리트 코스를 순탄하게 달렸던 셈이다. 그 자신도 이에 대해 인정했다. 보통 사람들처럼 유턴이나 급커브도 없었고 미친듯이 돌진하는 과속도 없는, 모범생의 삶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카이스트 2년차에서 그는 ‘뭔가 부족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기 시작했다.
# 나, 게임 그리고 인생
“이공계 선배들 중 누구도 나를 부럽게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대로 나갈 수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았고 게임 개발이라는 분야로 눈을 돌렸다. 주위에 장난처럼 게임 회사에 가겠다고 말을 했고 예상대로 많은 반대가 빗발쳤다. 하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긴 송 팀장은 석사 병특을 받아 JC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그것은 엘리트 코스만 밟았던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는 일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고민했어요. 계속 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걸까, 하는….”
회사에 출근하는 첫날, 아침에 택시를 타고 첫 직장에서 사용할 칫솔과 치약 등을 구입하고 점심은 햄버거를 사먹고, 저녁에 유부 초밥을 먹었는데 곰곰히 계산해 보니 하루의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석달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회사를 다니면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고 송 팀장이 참가하는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즈음, 어느 날 밤 늦게 택시를 탔는데 피곤과 졸음을 이기지 못해 잠이 들고 말았다. 기사 아저씨가 도착지에서 송 팀장을 깨웠고 밖으로 나와서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전봇대에 기대어 있었다. 그 순간,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만들어야 겠다는 강렬한 느낌이 가슴 속에서 피어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도전과 성공 사이에서
송 팀장이 개발팀장으로 임명되고 나서 처음 만든 게임은 ‘로켓롤’이었다. 단 여섯 명이 모든 것을 감당했으며 그 자신은 클라이언트와 서버 프로그래밍까지 맡았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지금은 이 게임의 이름만 들어도 한이 섞인 한숨을 내뱉는다.
완성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6명의 팀원 중에서 3명이나 도중 하차했으며 상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팀이 맡은 두 번째 게임인 ‘프리스타일’은 달랐다. 개발 제안서는 ‘로켓롤’ 보다 먼저 작성됐지만 당시에는 3D 프로그래머가 없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로켓롤’의 차기작으로 해묵은 개발 제안서가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고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을 때 송 팀장은 힘을 얻었다. 팀원도 12명으로 늘어났고 자신감도 단단히 생겼다.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프리스타일’은 2005년을 장식할 대박 게임 중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 득도의 5가지 길
“제가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면서 일에 몰두할 수 있을까요?”
송 팀장은 불교의 화두처럼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게임 개발을 하게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현실은 그게 전부가 아니였다. 처음에는 일 자체가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자신이 만들고 싶고 완성되면 본인도 정말 해보고 싶은 그런 게임이어야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가슴의 허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 번째는 누구와 함께 만드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을 잘못 만나 고생한 적이 많았고 사람 때문에 게임 개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과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팀과 함께 했기에 즐거운 게임 만들기가 가능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디서 만드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로 자기 혼자 행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제가 게임을 만들면서 즐겁기 위해서는 제 자신을 개발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제 삶의 일부로 조화시켜야 합니다. 제가 게임을 만드는 것이지 게임이 절 컨트롤하면 안된다고나 할까요? 6년차가 되어서야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깨우쳤습니다. 게임이 제 행복을 책임져 주지 않다는 것을 말이죠. 하하하….”
그리고 그는 ‘프리스타일’ 오픈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게임 개발에 몰두하면서 상처받은 인원이 있었고 그 사람의 슬픔은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송 팀장의 첫 인상은 공부 잘하고 머리만 좋은 깍쟁이 같은 느낌이었으나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깊은 산 속에 칩거하는 도인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게임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 미래의 거장을 미리 만난 듯한 예감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