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WTO 연구개발 보조금 규제 대응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연구개발보조금 규제 대응’을 서두르는 것은 새로운 국제무역질서에 능동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우리의 이익(수출 및 시장 선점)을 제고하기 위한 ‘두 마리 토끼 사냥’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학기술부총리가 등장, 19개 정부 부·처·청을 포괄하는 연구개발정책 종합 기획·조정을 통한 △기술개발성과 확산 및 실용화 △선도기술 표준화 노력 △산·학·연 지원에 나서면서 경쟁국가들이 곱지만은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간 학자는 “우리 정부가 국산 무선인터넷기술의 국제 표준화 노력을 기울이자 미국에서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오고 있다”며 “우리의 R&D보조금이 어느 단계(허용·불허용)에 속하는지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순수기초기술 100%, 응용단계기술 75%, (시장)경쟁 전 개발단계기술 50%의 비율로 R&D보조금 지원이 허용되어 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었지만, 이와 관련한 WTO 규범이 거의 ‘사문화’됐다”며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기술개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R&D 보조금 관련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1986년 WTO 체제가 출범한 이후 ‘허용 가능한 보조금 기준’에 대한 다자 간 논의가 결론 없이 공전을 거듭, 거의 효력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순수기초연구이고 응용 및 경쟁 전 개발연구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보는 이(경쟁국)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소지가 있는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은 물론 21세기 프런티어R&D, 대형 국책R&D 실용화, 특정R&D 등 거의 모든 중장기 국가 프로젝트가 시비 대상의 가시권 안에 들어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일 경쟁국에서 우리 정부가 허용 범위를 벗어난 R&D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판단(?)할 경우 ‘상계관세 부여’ 및 ‘WTO 제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WTO가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준다손치더라도 특정 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향후 전망=정부는 자기부상열차, 한국형 고속철도 등의 R&D 성과를 상용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산업자원부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156억원을 투입해 자기부상열차를 실용화하기 위한 추가 R&D를, 건설교통부는 차량 및 궤도 표준과 법(차량형식승인 및 운행규정)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도 자기부상열차 구입 의사를 타진중이다. 고속철도의 경우에도 건교부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15억원을 들여 개발차량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적극적인 기술 상용화 지원계획이 수립되면서 과학기술·외교통상·산자·정통·환경·보건복지 등 관련 부처를 포괄하는 WTO 규제 대응체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과 ‘표준’ 관련 R&D 지원정책이 많은 산자·정통부의 대응전략을 내실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ATP(Advanced Technology Program) 사업을 통해 자국 기업들을 직접 지원해 경쟁국의 반발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TP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힘(국력)을 바탕으로 하는 대응책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 예방책은 물론이고 만일의 사태(WTO 피소에 대비한 크로스라이선싱, 외교창구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