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14층 대회의실은 100여명의 정부부처 전산·정보화 담당 공무원의 열기로 영하의 바깥 날씨를 무색케했다.
이날 행사는 정통부가 범정부통합전산센터에 입주할 부처 관계자를 상대로 각종 장비와 업무 이전에 따른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통합센터 추진과 이에 따른 조직·인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전산 공무원들의 의사나 입장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통합전산센터 설립을 계기로 들이닥칠 쓰나미급 인사·조직 대개편에 정보화 담당 공직사회는 떨고 있다.
◇어떻게 정비되나=통합전산센터가 설립되면 정보화담당관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 전산·정보화 인력은 기획·관리인원만 남고 모두 센터로 모이게 된다. 정부 정보화 인력과 조직에 대한 새로운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이날 행사장에서 최창학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전자정부팀장은 참석자들에게 “이번주 중 관련 TF를 구성해 내달 말까지는 정비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혁신위 개편안의 골자는 ‘개방형 계약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개편안에 따라 계약제로 전환되면 공무원의 인사 조정권을 갖고 있는 행자부의 권한이 크게 약화된다. 반면 정통부는 센터 운영권에 이어 계약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사·조직도 장악할 수 있다. 이번 정부 정보화 조직·인사 개편을 놓고 양 부처의 신경전이 날카로운 이유다.
◇전산직, 우리가 봉이냐=계약직 전환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행자부 소속의 한 전산 담당 공무원은 “지금까지 일반·행정직에 밀려 승진과 임용에 불이익을 받아 왔는데, 이번에는 계약제 전환으로 설 땅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350여명의 5급 이상 중앙행정부처 전산직 공무원 가운데 현재 최고위직이라고는 부이사관(3급)인 손종해 충북지방 병무청장이 유일한 정도다. 행자부의 경우 전자정부국 내 5개과 가운데 전산직 출신이 과장인 곳은 정보자원관리과뿐이다. 더욱이 나머지 과는 아예 행정직만 과장 보직을 맡게 명문화돼 있어 전산·정보화 전문 공무원의 임명 자체가 원천봉쇄된 상태다.
◇악재 아닌 호기로 삼아야=혁신위 한 관계자는 “기술고시 등을 통해 전산·정보화 담당 공무원으로 입문한 우수한 인재들도 임용 직후부터 급격한 능력저하 현상을 보인다”며 “어려운 일은 업체 불러다 시키고 앉아서 도장이나 찍으며 편하게 공무원 노릇하던 분들은 긴장 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비를 통해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개혁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혁신위의 의지다.
정통부의 한 전산 사무관은 “그간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기술직 경시 풍토로 전산·정보화 조직 내에서조차 고위직은 일반 행정직 차지였다”며 “하지만 계약제를 통해 개방형 자유 경쟁체제로 전환되면 출신이 아닌 ‘실력’이 보다 우선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
사진: 오는 9월부터 각 부처의 입주가 시작되는 범정부통합전산센터의 설립을 앞두고 정부 정보화 조직과 인력 운용에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19일 정통부에서 열린 통합전산센터 입주기관 설명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