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해양 MMORPG 게이머 유혹

MMORPG에도 ‘해양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가상의 대륙에 머물러 있던 게임 속 상상의 나래는 드디어 육지를 박차고 푸른 바다로 향하고 있다. 바다를 소재로한 MMORPG는 그동안 고만고만한 MMORPG에 식상해 하던 게이머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목말라하던 개발사로서도 신천지 개척과 마찬가지다.

올해를 기점으로 쏟아질 해양 MMORPG들은 이런 면에서 MMORPG 역사의 새롭게 작성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해양 소재 게임이 2001년 말 불어닥친 3D MMORPG 바람에 버금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닷길이 열리면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서비스를 앞둔 해양 MMORPG들은 지금까지 전혀보지 못한 시스템이 가득하다.바다를 소재로 한 MMORPG는 지난 2002년 세계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네이비필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게임은 게임판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왔다.

그동안 MMORPG하면 공식처럼 등장하던 ‘가상의 대륙’이 사라지고 드 넓은 ‘태평양’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캐릭터도 기사나 마법사 대신 전함으로 바뀌었다.

‘리니지 신화’를 좇아 창조보다는 모방에 익숙했던 개발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이머들도 참신한 시도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네이비필드’는 소재와 아이디어의 참신함에도 보수적인 게이머들의 외면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물론 조작의 어려움, 전함 간 불완전한 밸런싱 등 게임이 안고 있는 문제도 없지 않았지만 ‘낯설음’의 벽은 너무나도 두터웠다. 결국 이 게임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수작으로 꼽히는데 만족하고, 소수 마니아를 위한 게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그러나 ‘네이비필드’의 등장은 MMORPG가 굳이 육지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깼다. 게임 개발사들이 앞다퉈 바다로 눈을 돌렸고, 기존 MMORPG에 바다가 삽입되는가 하면 급기야 해양을 테마로 한 MMORPG 개발도 봇물을 이루게 됐다.

특히 해양 MMORPG는 올해를 기점으로 쏟아져 나와 MMORPG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할 전망이다.

‘네이비필드’를 새롭게 단장한 ‘진주만’이 이미 서비스에 들어갔고, ‘나비스온라인’ ‘코르다’ 등도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PC게임 ‘삼국지’로 유명한 일본 코에이도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올해 국내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해양 MMORPG가 주목받는 것은 기존 MMORPG에서 구현하지 못한 다양한 게임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육지에서만 벌어졌던 전투가 바다로 확대되면서 해상전투라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또 대륙간 무역이라는 새로운 경제시스템, 항해를 통한 신천지 발견과 같은 어드벤처시스템도 새로 등장하게 된다.

그동안 MMORPG하면 무조건 몬스터를 잡고, 레벨업에 연연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가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본격 서비스될 해양 MMORPG는 모두 색깔이 다르다. 그 만큼 바다라는 새로운 테마를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우선 스피노소프트가 개발한 ‘나비스온라인’은 해상전투가 돋보이는 MMORPG이다. 육지와 바다가 3대7의 비율로 구성된 이 게임은 육지에서는 기존 MMORPG와 비슷한 플레이도 맛볼 수 있다.

영화나 만화에서 상상해온 해상전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은 이 게임의 백미. 보통 플레이어가 바다로 나갈 때 한명이 하나의 함선을 움직이는 다른 게임과 달리 하나의 함선에 여러명의 캐릭터가 승선할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해상전투는 함선간 함포 사격은 물론 캐릭터들이 상대 함선으로 침투해 상대편 캐릭터를 죽이는 백병전도 가능하다. 캐릭터들은 조그만 보트를 타고 다니며 상대 함선을 공격할 수도 있다.이처럼 전투의 자유도가 높다보니 항구 점령전도 훨씬 사실감을 더한다. 육지에서 함선으로, 함선에서 육지로 포격이 진행되는 와중에 해변에서는 캐릭터간 육박전이 벌어지는 광경도 연출되기 때문이다.

위즈덤HNS가 개발한 ‘코르다’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 유저들 간 관계 형성을 자유롭게 한 이 게임은 게이머들이 의기투합하면 악명 높은 해적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환영받는 무역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해상전투는 캐릭터보다는 함선간 함포전에 맞춰져 ‘나비스온라인’보다는 다소 단조로운 맛이 있다. 다만 무역이나 교역시스템이 발달돼 항구를 점령하면 항구출입, 정박료 등 짭잘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항구를 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쟁탈전도 백미다.

‘네이비필드’를 리뉴얼한 ‘진주만’은 어린이를 위한 해양 MMORPG다. ‘네이비필드’와 똑같이 세계 2차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네이비필드’보다 훨씬 조작을 쉽게 해 어린 유저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게임의 특징은 2차대전 당시 역사 속에 등장했던 전투함을 직접 조정할 수 있다는 것. 게이머는 경험치 등을 이용해 전투함을 자신이 새롭게 꾸밀 수도 있다.

일본 코에이의 야심작 ‘대항해시대온라인’은 해상전투보다는 모험과 교역 등 시나리오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포르투갈, 에스파니아, 잉글랜드 등 전통적인 유럽 해양국가를 자신의 국가로 선택하면서 시작되는 이 게임은 대항해를 통해 신천지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주어지는 퀘스트를 수행함으로써 명성치와 경험치를 얻는 구조다.

이 때문에 게임을 즐기다 보면 세계 풍물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선장이라는 직책을 갖게 되지만 무려 50여가지로 세분화된 직업을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색다르다.

스피노소프트 한종철 사장은 “해양 MMORPG는 기존 MMORPG에 식상했던 게이머들에게 참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기획을 게임으로 완성하는 것은 그 만큼 어렵다”며 “올해 쏟아지는 게임 가운데 어떤 게임이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해양 MMORPG의 새로운 공식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