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박홍우)는 P2P사이트 ‘소리바다’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들의 복제권 및 배포권 침해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양정환 씨(30) 형제에 대한 항소심에서 “2000년 7월 개정된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MP3 파일을 다운받아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행위도 복제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국내 법원이 국내 법원이 P2P 방식을 이용한 파일 공유뿐 아니라 단순히 파일을 다운받아 저장하는 행위까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즉, 인터넷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법 복제 행위로 인정했다는 것. 사법당국의 단속 의지가 반영된 첫 번째 사례로 손꼽힌다.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
문화부는 저작권단체들이 결집해 대대적 단속을 벌이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입장이다. 게임, 영상, 출판까지 포함한 합동 단속반을 오는 3월까지 구성하고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6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다. 현행법상 저작권법을 위반한 사람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민사상으로는 저작권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형사적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무겁다.
그러나 개인의 미니홈피 등에 저작권자 허락없이 파일을 올리는 행위는 역시 불법이지만 초기 단속에서는 빠질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개인들의 홈피를 일일이 다 조사하기 힘든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련돼 있어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소프트웨어저작권자들의 모임인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는 ‘소파라치’ 제도를 도입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30만원을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로 평가 받고 있다. 또 더미 파일을 대량 배포해 유저들의 P2P 이용률을 대폭 낮추는 방안(CPS 시스템)도 거론되고 있다. 유저가 팝 폴더와 같은 P2P 사이버 폴더에 접근해 파일을 다운받으려 할 때, 진짜 불법 파일 1개당 똑같은 이름의 더미 파일(체험판 등 유사 파일)을 100개 이상 배치시키면 P2P 사이버 폴더에서 ‘진짜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는 기대치가 떨어지면서 P2P 이용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방식을 개발한 노프리 측은 “현재 20여 개의 국내 제작사들과 협정을 맺어 범법 사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CPS 시스템 가동, 그리고 저작권 의식 고취에 대한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국내 불법 복제 피해액 ‘4억 6000만 달러’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의 사이버범죄 수사대도 여기에 가세할 분위기다. 2001년에 설립된 이곳은 2003년 한해 동안 1만1615건의 사건을 의뢰받아 9413건을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해킹 등 범죄에 국한돼 있어 불법 복제 단속에 적극적인 의지가 낮았으나 법이 개정되고 본격적인 단속이 실시될 6월부터는 사이버범죄 수사대의 역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사이버범죄 수사대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 FBI 등 세계 유수의 수사기관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다. 자체 개발한 개인 IP 추적 프로그램은 획기적인 시스템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편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협회(BSA)가 IDC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난 2003년 운영체제와 게임 등 개인용 소프트웨어의 한국내 불법복제율은 48%로 피해금액은 약 4억 6000만달러에 달한다. 정재훈 BSA 코리아 의장은 “정보통신부의 상시단속반 등 정부의 불법복제 차단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전문성 부족 등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2000년대 초반에는 와레즈 사이트가 기승을 부렸으나 웹 상에서 직접 다운을 받거나 FTP 서버를 운영했기 때문에 단속이 가능했고 피해도 크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와레즈 사이트는 해외에 위치했기 때문에 다운 속도가 느려 5∼10 시간을 소요해야만 겨우 하나의 게임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같은 사이트들은 운영자를 처벌하거나 IP를 막아 버리는 등의 단속이 쉬웠고 피해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운영자가 직접 불법 복제 게임을 배포했기 때문에 처벌의 법적 근거가 확실했다.
하지만 인터넷 공유 사이트는 완전히 다르다. 유저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타 유저와 공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면한다. 또 유저가 소지한 파일이 모두 불법 복제 자료도 아니고 정당한 돈을 지불하고 획득한 저작물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가정집을 모두 방문해 일일이 컴퓨터를 검색해봐야만 한다. 따라서 P2P 사이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고 사이버 수사대는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 자제 요청과 협조 공문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텍의 팝 폴더, KTH의 아이디스크, 데이콤 웹 하드, 디스크 팝, 토토디스크, 폴더 플러스, 파일 사냥, 피디박스 등 파일 공유 서비스는 2001년과 2002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2003년에는 600억원의 시장 규모를 보였다.
특히 팝 폴더를 서비스하고 있는 그래텍은 2001년 134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03년에는 2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그래텍 및 제휴 업체의 회원 가입자수만 550만명을 넘어섰으며 아이디스크 170만명, 피디박스 250만명 등 국내 이용자수는 총 10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무료로 운영되는 당나귀, 푸르나 등은 다운 로드 속도가 느리지만 검색이 쉽고 방대한 자료가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어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유 사이트의 매출 신장은 곧 PC 게임 시장의 매출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2001년 1939억원에 달했던 총 매출이 2002년에는 1647억원으로 하락했고 2003년에는 937억원으로 대폭 주저 앉았다. 2004년에는 총 발매된 PC 패키지게임은 45개에 불과했다. 파일 공유 업체들의 매출과 정반대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선스만 200개 이상 계약해 국내에 유통시켰다는 한 관계자는 “2002년에만 해도 게임을 하나 발매하면 5000∼1만 장은 기본으로 팔렸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1000 장 조차 판매되지 않는데 무슨 수로 버틸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