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락소프트 프로그래머 김재범

게임이 대중문화로 자리잡고 산업도 급성장하면서 많은 인재들이 게임 개발 분야로 몰려들고 있다. 젊음 특유의 야망과 패기를 바탕으로 제2의 ‘리니지’ 신화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 출신의 고학력 인재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게임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락소프트의 서버 프로그래머 김재범(30)씨도 그가 거쳐온 독특한 이력 때문에 시선을 끄는 인물이다. 자신의 개성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그는 다소 무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변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하고 있는 몽상가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그는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어느날 갑자기 조리학으로 전공을 바꿔 호텔의 양식 조리사로 변신한다. 또 그곳에서 미래의 비전을 찾지 못한 그는 최근 게임 서버 프로그래머로 전향했다. 법과 요리, 게임 프로그램이란 너무도 상반된 분야를 거쳐온 그의 이력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같은 의문에 김재범씨는 ‘성취감’이라는 한 단어를 내민다. 안정성과 보수 보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그의 직업관을 풀어 조심스럽게 풀어놓는다.



# 천직 찾아 삼만리

김씨는 고교 졸업 후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과에 진학했다. 아직 직업과 사회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는 법학을 성공의 관문으로 여기는 기성세대들의 가치에 순응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제대한 후 그는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지고 결국 학교를 자퇴한다. 장고 끝에 그가 찾은 비전은 바로 요리사.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어요.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데다 고향도 관광산업이 발전한 제주도다 보니 유명한 요리사가 돼 고향 호텔에서 근무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죠”

집안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한라대학교 호텔조리학과에 다시 진학했고 양식 조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한다. 고향 신라호텔의 조리부를 거쳐 에버랜드 외식사업부에서 여엿한 조리사 자리까지 얻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에 가장 잘 맞던 요리도 그것이 직업으로 바뀐 후로는 전혀 다른 세계로 다가왔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줄 때는 요리하는 것에서부터 먹는 것을 보는 것까지 모두 기쁜 과정이였죠. 하지만 호텔에서 일하는 것은 달랐습니다. 큰 기계의 한 부품처럼 매일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고 손님들의 반응도 가까이서 느낄 수 없다 보니 만족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이같은 일을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해야 하는 것도 젊은 저로서는 쉽게 감당하기 힘들었죠”

# 게임 분야 생동감 느껴져

꿈꾸던 조리사 생활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한 재범씨는 또 다시 과감한 전환을 시도한다. 그가 새롭게 주목한 것은 바로 게임.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IT산업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게임 산업의 미래도 밝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니었다. 비트컴퓨터에서 프로그래밍 과정을 이수했지만 조리학을 전공하는 이색 경력자인 그를 받아주는 게임업체는 없었다. 곳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덕택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면접관에게 제 비전을 얼마든지 펼쳐보일 수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기회조차 주어 지지 않다 보니 상당히 답답했죠. 다행히 고향 선배의 추천으로 어렵게 면접 기회를 얻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게임 분야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2003년 하늘소프트에 입사해 온라인게임 유지·보수일을 시작한 그는 우연히 지난해 한 세미나에 나온 조홍섭 사장의 강연에 반해 락소프트로 회사를 옮긴다. 서버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게임 개발 프로세싱의 체계화를 주장하는 조 사장의 강연을 듣고 그를 사부로 모시겠다고 결심한 것.

락소프트에서 ‘데코온라인’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경험한 그는 비로서 프로그래머 다운 경험을 갖게 됐다고 안도감을 표현한다. 이제 프로그램의 맛을 조금 알게 됐다는 그는 다른 분야 보다도 게임은 예외적인 상황이 많아 프로그래밍 과정과 운영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꼽는다.

“여러번 진로를 바꾸면서 부모님들이나 주변에서는 무모하다는 비판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만족감이라고 생각해요. 개성을 살리면서도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인생도 보다 재미있고 윤택해질 수 있다고 믿거든요.”

재범씨는 조만간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프리웨어를 내놓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퇴근후 시간을 활용해 프로그램 실력도 쌓고 이름도 알리겠다는 각오.

청년들의 엄청난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만족감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는 재범씨가 게임 분야에서 과연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 있을지 향후 그의 개발 여정에 기대가 모아진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