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노트북 없어 못판다

가격 `쏙` 빼니 매출 `쑥`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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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선보이기 시작한 100만원대 이하 초저가 노트북PC가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출시 이후 재고 물량이 바닥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노트북PC는 비싸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려 경기 불황으로 바짝 움츠린 PC수요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저가 노트북PC는 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테마를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결국 출혈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PC업체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90만원대 노트북PC ‘돌풍’=삼보의 야심작인 99만원대 노트북PC ‘에버라텍 5500’은 1월 출시 이후 평소 판매량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1만2000여대가 팔려 나갔다. 이는 당초 목표치 5000대, 월 평균 판매량 4000대보다 무려 2∼3배 증가한 규모다. 삼보는 이 덕택에 올해 노트북PC 시장 점유율 ‘2위 달성’은 시간 문제라고 호언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선보인 일본 소텍의 90만원대 노트북PC ‘7180C’ 모델도 출시 두 달 만에 준비된 재고 수량 6000대가 모두 팔려 나갔다. 소텍코리아는 기존 모델 대신에 109만원대에 판매하던 ‘7200C’ 모델을 99만원으로 낮춰 저가 마케팅에 불을 지필 계획이다.

 이 밖에 한국델의 99만원(부가세 제외) ‘래티투드’ 모델도 월 기준으로 개인 구매 고객이 무려 320%나 증가했다. 초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급기야 70만원대 제품까지 나온 상황이다. 해외에서도 ‘노트북PC 가격 파괴 바람’은 극심해 중국에서는 리눅스 운용체계(OS)와 저가 CPU를 채택한 50만원대 노트북PC가 등장했으며 글로벌 브랜드인 소니와 NEC까지 10만엔(100만원) 이하 제품을 출시하며 노트북PC 저가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노트북PC 가격은 ‘고무줄’=초저가 노트북PC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기존 노트북PC와 저가 노트북PC를 액면 그대로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시각이다. 기본 옵션 수준에 만족한다면 50만원대까지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가격은 노트북PC 수요의 큰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 윈도OS 대신에 무료인 리눅스를 채택하고, 번들 소프트웨어를 없애거나 LCD 모니터·광드라이브(ODD)·메모리 용량을 조절하는 등 잡다한 부가 기능을 빼면 90만원대 제품도 50만원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실제 시장에 출시된 초저가형 제품의 성능은 단순 업무용으로 게임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거의 포기해야 한다. 포토숍이나 각종 인터넷 환경에서의 멀티태스킹을 빠르게 실현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결국 저가 노트북PC의 범람은 수요 촉발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사양에 따른 현실적인 노트북PC 가격을 무너뜨려 자칫 업체 간 출혈 경쟁만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PC시장은 점차 양극화의 길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 번 무너진 노트북PC 가격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초저가 노트북PC도 나름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사용할 필요 없이 단순 인터넷 용도라면 충분한 틈새 시장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저가 노트북PC는 PC시장을 주도하는 인텔과 MS의 아성을 흔드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저가 노트북PC에서 사용하는 메인 CPU인 AMD 칩·그래픽 카드 등은 다른 제품에 비해 그리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가 노트북PC’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노트북PC 업체가 과연 ‘수익’이라는 실속도 챙겨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