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열쇠. 로버트 헤이즌·제임스 트레필 지음. 이창희 옮김. 교양인 펴냄.
연말 연초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남부 아시아의 지진해일, 최근의 북한 핵 보유 선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유전공학 제조식품 문제, 부안 핵폐기장 논란….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신문 기사들 중에는 과학 관련 소식이 부쩍 눈에 띈다. 과학이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사회·정치적으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인은 항상 과학적 배경지식이 필요한 문제와 일상적으로 마주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이나 무관심이 아닌,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교양과학’이 절실해지고 있는 이유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과학적 교양을 제공하는 과학지식 해설서다. 오랫동안 과학 대중화에 힘써온 과학자들이자 저자인 로버트 M. 헤이즌과 제임스 트레필은 전문적인 과학지식이 아닌 ‘과학적 교양’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필자들은 학계의 가장 큰 ‘비밀’ 중 하나를 드러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즉 ‘모든 과학의 기초를 이루는 원리는 단순하다’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일상의 과학적 주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사실과 개념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설명하고 있다. 필자들은 물리학에서 지구과학, 생물학, 천문학, 화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은 몇 개의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는 과학적 발견을 기본 컨셉트로 책 전반을 다뤘다.
예를 들어 열(熱)의 운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구과학 교과의 맨틀 대류 현상이나 지진의 관계를 알 수 없고, 화학을 모르면 유전공학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다.
이 책에 실린 18편의 글은 이와 같은 과학의 핵심 원리를 친근한 사례와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연계를 규정하고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열역학 제1의 법칙’은 다이어트를 통해 쉽게 설명된다. 자연 상태에서 에너지는 스스로 생성·소멸되지도 않고 다만 형태만 바뀐다는 이 법칙에 따라 음식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 화학에너지는 일로 쓰이고 나머지는 절대로 소멸되지 않은 채 뱃살로 저장된다.
필자들은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실패하는 이유는 열역학 제1의 법칙이 위대함을 증명하는 사례며, 그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일깨워준다고 설명한다.(52쪽, 열쇠2·에너지)
대중과학에서 빠지지 않는 영역 중 하나인 상대성 원리의 개념도 소개하고 있다. ‘모든 관측자는 똑같은 자연의 법칙을 본다’는 중요한 전제를 바탕으로 지구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나 광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이나 모든 관측자는 같은 자연 법칙을 본다는 상대성의 이론을 자세하게 짚어주기도 한다.(240쪽, 열쇠12·상대성 원리)
인도네시아를 덮친 쓰나미 보도에서 언급된 판 구조론을 다루고 있는 ‘움직이는 지구’도 읽을 만하다. 대륙과 맨틀, 조수는 모두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쓰나미처럼 때로는 인간의 생명과 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특히 1960년대 이전에는 고생물학자와 해양학자, 지구물리학자들이 서로 교류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다분했으나 판 구조론이 등장하면서 지구를 하나의 종합적인 구조로 바라보고 있다는 과학계의 분위기도 전하고 있다.
필자는 움직이는 지구(276쪽, 열쇠13)에서 지구의 표면은 끊임없이 변하며 영원한 지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이 책은 철학적이고 난해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과학지식보다는 뉴스에 등장하는 과학용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과학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