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후발사업자 "전봇대를 사수하라"

“전봇대를 사수하라.”

 배선전주(전봇대)의 사용을 놓고 한국전력과 후발 유선통신사업자가 대립각을 세웠다.

 주인인 한전이 유선사업자의 전봇대 무단 거치가 심각하다고 보고 일제 정비에 들어갔지만 유선사업자들은 난색을 표명했다. 사업자들은 이참에 불리한 전봇대 사용 조건을 개선할 생각이지만 한전은 ‘이미 양보했다’는 입장인 데다 정통부의 중재도 여의치 않아 겉돌고 있다.

 ◇전봇대전쟁 왜?=허락 없이 전봇대에 무단으로 선로를 거치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늘어난 가설량에도 불구하고 전봇대가 한정돼 있어 자리 다툼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전은 해당 사업자를 고발조치하거나 사용료를 물리는 한편 제 스스로 옮길 것을 통고했다.

 서울시도 도시 미관을 해치는 전주를 정리하고 지하매설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최근 도로교통법상 케이블 거치 전에 서울시의 점용 허가를 받도록 조례를 바꿨다.

 유선사업자들로선 이중고인 셈.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지하에 매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벌금을 무릅쓰고 전봇대를 옮겨다니며 무단 사용하려 든다. 제대로 설치한다 해도 전봇대 상단은 파워콤이, 하단은 나머지 사업자와 SO가 이용하도록 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한 후발사업자는 “SO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약진한 데다 파워콤도 소매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바뀐 유선사업 환경을 한전과 정부가 고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나로텔레콤, 파워콤, SK네트웍스, 드림라인 등은 연간 전봇대 1대당 1만7520원으로 부과한 이용요금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부과하는 1만800원으로 낮추고 가설 위치도 어느 사업자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전에 요청했다.

 한전 측은 “사업자의 요구대로 지난해 12월 초에 전주이용 실태를 조사해 2만4600원이던 이용료를 1만7520원으로 크게 낮췄다”며 “통신사업자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해결책 없나?=유선사업자들은 소모적인 설비 비용 경쟁으로 사업자들의 잠재적 경쟁력을 떨어뜨려 선·후발 사업자 간 격차가 커질 것으로 봤다.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공동 대응하는 것은 이 같은 상황 인식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또 정보통신부의 중재를 요청했지만 산업자원부와의 마찰을 우려한 정통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통부는 정보화촉진법상 전주 이용료 인하와 관련해 조정행사 권한이 있다고 보지만, 산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정통부와 한전(산자부)이 공동으로 용역을 실시해 일방의 요구가 아닌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