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로에 선 부산 게임산업

 “이대로 가면 앞으로 3∼4년 동안 부산에서는 제대로 된 게임업체를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지역 게임업체 T사 L사장의 주장이다. “어렵게 가꿔 온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그의 말이 엄살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현실이 부산 게임업계 상황을 대변한다. 지난 2∼3년간 부산의 게임 개발을 이끌었던 ‘빅3’는 이미 ‘빅3’가 아니다. 최대 인력을 보유하던 M사는 ‘공중분해’돼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또 다른 M사는 지난해 말 지분의 30%를 넘기고 수도권 소재 게임유통사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CEO가 지역업계 단체의 장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업체는 서울 이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수년간 쌓아온 개발 노하우 등 자원이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젊은 벤처인의 창업을 지원하는 부산정보통신연구원을 비롯한 각 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게임은 여전히 인기 아이템이다.

 하지만 젊은 벤처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을 접거나 서울로 이전하고 싶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개발자가 적지 않다.

 부산은 한때 수도권의 뒤를 이어 ‘게임산업의 메카’로 불린 적도 있다. 동명정보대·동서대·동의대·경성대·영산대 등에 게임 관련 학과가 있으며, 전국에 분포한 게임 개발자 가운데 이 지역 출신이 10%를 넘어선다. 그러나 지역 게임산업이 해체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이는 말 그대로 ‘의미없는 데이터’에 불과하다.

 부산의 게임산업이 이처럼 위기 상황에 다다른 이유는 무엇보다 단기수요 쫓기에 급급해 지역 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장기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한치의 진전도 없이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지역 업계 종사자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조차도 한가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맞는 지적이다. 하루라도 빨리 지자체와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부산=허의원기자@전자신문, 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