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연구보고서 공개 일파 만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자 간 수직결합에 대한 검토’ 연구보고서 공개 파장이 휴대폰 업체로 튀었다.

 해당 휴대폰 업계는 벌써부터 연구보고서 결과가 단지 시중에 나도는 얘기들을 묶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에서부터 그대로 정부 정책화할 것, 나아가 더욱 강화된 안으로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수준까지 업체에 따라 우려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아직은 공개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정통부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분위기가 주류지만 KISDI가 정통부의 규제논리를 개발해 왔다는 점을 들어 점차 적극적인 대응 분위기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정부와 휴대폰업체 또는 휴대폰업체 간 치열한 법리논쟁과 정책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국제 경쟁력 약화 ‘목소리’=삼성전자 측은 KISDI의 연구보고서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직 공식 보고서를 보지 못했지만 보도대로라면 업계의 현실과 해외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서비스­제조업의 수직결합이 국가 전략산업인 휴대폰의 국제 경쟁력을 필연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K텔레콤―SK텔레텍은 방송사가 TV수상기까지 만들겠다고 나서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KISDI의 보고서는 시장봉쇄, 필수정보의 배타적 제공, 계열사 간 불공정거래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쉽지만 KSDI가 조건부 허용론에 무게를 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팬택계열, 공식 반응 자제=팬택 측은 국내 최대 고객인 SK텔레콤과의 거래관계와 정부를 의식, “그동안 업계에 회자돼온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묶었을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특정 업체의 논리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사실상 불공정 거래의 감시수단을 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허용 쪽에 무게를 두면서 요식행위인 감시수단을 두자는 안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사견임을 전제로 “SK텔레텍이 과연 해외사업에만 머물러 있겠느냐”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데 후발주자인 LG의 서비스­제조업체 수직결합 사례에 이어 지배적사업자인 SK마저 허용, 규제가 완전히 풀릴 경우 전문업체의 입지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SK텔레텍, 조건부 규제 ‘강도’에 달렸다=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은 KISDI의 보고서가 제조 전문업체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우려가 크지 않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히려 통신시장 경쟁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특히 SK텔레콤 공급 물량 제한이 유통망과 직접 계약시 규제효과가 미약하고 내수 물량 제한은 지배적 사업자와 무관한 대상까지 규제하므로 정당성이 미흡하다는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허용, 즉 규제에 무게가 주어졌다는 점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SK텔레텍 측은 내심 한시법으로 규정된 공정위 규제가 완전히 풀릴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SK텔레텍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공식 방침이 아닌만큼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한시법으로 규정한 사항을 또 다시 연장하거나 새롭게 만들려 한다면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전망=공은 정부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면서도 유출경위를 조사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통부와 KISDI의 기류를 종합해 보면 상호 이견이 상당부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정책당국인 정통부는 사업자·제조사 수직결합이 가져올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산하 연구기관인 KISDI는 사실상 우려가 과대 포장됐다고 진단한 셈이다. 따라서 조건부 허용에 무게가 실린 이번 KISDI의 연구결과에 대한 정부내 이견이 해소되고, 최종 정책으로 결론이 날때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