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이저 리거들의 2005 성적표

드디어 꿈의 야구 메이저 리그가 곧 시작된다. 전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격돌하는 이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오늘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있다.

박찬호로 대표되는 그들은 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 리그로, 불펜에서 선발로, 주전으로 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뜨겁게 불사르고 있다. 지난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그들, 과연 그들은 올해 어떤 성적을 보여줄 것인가.

국내에 출시되는 유일한 야구 게임이자, 가장 정확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하는 ‘MVP 베이스볼 2005’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성적표를 미리 뽑아 보았다.결론만 얘기하자면 박찬호의 이번 시즌 성적은 6승 13패, 방어율 5.43, 삼진 146개으로 나타났다. 최소 10승은 거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텍사스 지역 신문들은 시즌 내내 박찬호를 괴롭히며 6500만 달러를 들먹 거렸다. 심지어는 ‘박찬호보다 영화 배우 케빈 코스트너에게 마운드를 맡겨라’는 악평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텍사스의 전체 성적은 더욱 초라해 특정인에게 책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레인저스 팀은 아메리칸 리그 웨스트에서 64승 98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으며 승률 39%, 1위와 무려 25 경기나 차이나는 등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즌 초 제 1선발이었던 케니 로저스는 최악의 피칭을 하며 시즌 중반 2승 6패 방어율 6.81로 다른 팀 선수와 트레이드 되고 말았다. 그를 대신해 영입된 에릭슨은 제 1선발을 담당했으나 역시 마찬가지. 드리스, 로드리게즈 딕키 등 모두 10승 턱걸이에 불과해 메이저 리그 투수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박찬호는 열심히 했으나 운이 따라 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1회에 점수를 많이 내주고 2회부터 안정을 찾는 모습이 여전했고 타자들은 박찬호가 잘 던지면 못 치고 불안한 피칭을 하면 잘 치는 등 엇박자를 계속 내 승리를 쌓지 못했다.

중간 계투와 마무리도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박찬호의 게임 상 능력치는 포심패스트볼 91, 커브 78, 슬라이더 85, 커터 77, 체인지업 80 등 수치상으로만 보면 팀의 에이스 역할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감이 부족했다.현재 김병현 선수는 보스톤 레드 삭스의 트리플 A팀에 등록돼 있다. 하지만 이는 부상으로 인한 것이고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 리그로 승격시켜도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의 자리가 문제였다.

보스톤 레드 삭스의 선발진은 현재 최강이다. 커트 실링, 웨이크필드, 웰즈, 클레멘트 등 쟁쟁한 스타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고 최강의 마무리도 버티고 있기 때문에 선발진이 무너지면 투입되는 중간 계투가 가장 무난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중간 계투에도 하라마, 멘타이, 아로요 등 튼실한 선수들이 많아 경기에 뛸 확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김병현의 2005년 시즌 성적은 1승 무패에 방어율 5.54. 그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엄청난 결과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나쁘지만은 않다. 50이닝을 던졌고 42개의 삼진을 잡았으나 31개의 사구를 던졌다. 단 한번 선 타석에서 안타도 때려 쳐 3할 3푼 3리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마무리나 선발로 전격 기용되지 않고 주로 미들맨으로 활약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게임 상 김병현 선수의 수치는 체력이 60이고 포심 패스트볼이 80, 체인지업이 62, 슬라이더가 82, 투심 패스트볼이 86 등 괜찮은 수치를 가졌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큰 존재로 부각되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쉽다.

그러나 팀은 아메리칸 리그 이스트에서 94승 68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플레이 오프로 직행. 오클랜드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일전을 겨뤄 승리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만난 볼티모어 오리얼스도 가볍게 제압하고 대망의 월드 시리즈에서 신시네티를 맞아 결국 우승을 거뒀다. 김병현 선수는 많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를 또 한번 거머쥐는 크나 큰 영광을 누렸다.동양 타자가 메이저 리그에서 성공하기란 대단히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이치로가 보여줬듯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최희섭 선수는 시카고 컵스에서 총망받는 유명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찬스를 놓치는 모습을 보여 결국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최희섭 선수에게 오히려 전회위복의 기회를 가져왔다. 당당히 주전 선발로 고정돼 부상이나 낙오없이 꾸준히 출전하며 많은 활약을 보여 2005년 시즌 결과 타율 2할 3푼 6리, 타점 57, 홈런 9개, 안타 130개, 출루율 34.1%, 장타율 33.4%로 메이저 리그 타자들의 평균 수준을 상회했다. 또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 듬직한 몸집처럼 자신의 이름을 감독 머리에 새겼다.

최희섭 선수는 앞으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메이저 리그 유일한 한국 타자로 계속 남을 것이 확실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왼손 투수에게 너무 약하고 낮은 공에 취약한 면이 눈에 너무 띄기 때문에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김선우는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해 워싱턴 내셔날스에서 마이너리그로 계약이 이뤄지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 ‘초청 선수’ 자격으로 가까스로 참가한 스프링 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보임에 따라 올 시즌은 메이저 리그에서 뛰도록 설정했다.

불펜 선수로 일단 등록해 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예상 외로 인공 지능이 알아서 제 5선발로 전격 기용했다. 워싱턴 언론들은 ‘놀라운 파격’이라며 초미의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선우 선수는 체력이 좋고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드, 체인지업, 커브,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질을 지녔으나 너무 정직한 제구력으로 메이저 리거들의 타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경험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2005년 시즌을 8승 7패로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나타냈으며 방어율 5.52, 삼진 99개를 낚았고 사구도 55개에 불과했다. 방어율을 낮추고 좀 더 안정된 제구력과 낮고 바깥쪽 빠른 볼로 승부하는 것이 필요했다. 125.2 이닝을 던졌고 승리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많았으나 타선의 지원을 너무 받지 못해 패가 늘고 말았다.

하지만 김선우 선수는 현실에서 여전히 기대받는 유망주 중의 한 명으로 올 시즌 어떤 활약을 보일 지 무척 기대되는 한국 선수다.현재 시애틀 마리너즈 산하 트리플 A 팀에서 뛰고 있는 백차승 선수는 2005년 시즌에서 당당히 제 1선발로 기용됐다. 80년생이므로 이제 불과 25세. 등번호 57번을 달고 있는 그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안정된 투구를 자랑한다.

시애틀 마리너즈로 승격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므로 트리플 A 팀에 주전 선발로 그냥 두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 결과 백차승 선수는 9승 10패, 방어율 3.21로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방어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타선의 지원없이 자신의 힘으로 타자들을 농락했다는 의미다. 삼진도 132개나 잡아 내며 투수로서의 자신감을 가졌다. 마이너 리그에서 168.1 이닝을 뛰었지만 사구도 42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된 제구를 자랑한다.

백차승 선수는 아직 젊고 앞길이 구만리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올 시즌을 게임처럼만 풀린다면 내년에는 메이저 리그로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신시네티 트리플 A에서 활약 중인 봉중근 선수는 가상 2005년 시즌에서 엄청난 날개짓을 했다. 제 3선발로 자리 잡고 등판해 한 시즌 동안 8승 12패, 방어율 2.16, 삼진 139개를 기록하며 메이저 리그에 대한 청신호를 켰다. 방어율이 2.16이면 당장 메이저 리그로 올라가도 무리가 없을 정도지만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등 단조로운 무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제구력과 침착한 위기 대응 능력으로 좋은 결과를 낳았다. 왼손 투수라는 점도 한 몫 단단히 했다. 그렇다면 메이저 리그로 승격시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봉중근 선수를 신시네티 불펜 대기 선수로 위치하고 ‘MVP 베이스볼 2005’를 돌려봤다.

그 결과, 승없이 1패만 기록하는 처참한 성적을 남겨 메이저 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방어율도 4.05로 높은 편이었다. 26이닝을 던졌고 삼진은 17개를 속아 냈으나 사구가 20개로 너무 많아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체력도 약하고 부상에서 완전히 완쾌된 모습을 보이지 못해 감독과 구단주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마이너 리그에서는 빼어난 활약을 보였기 때문에 좀더 실전 경험을 쌓고 다양한 구질을 보완한다면 다음 시즌에서는 정식 메이저 리거로 승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봉중근이다.듬직한 몸집에 일정한 박자를 갖춘 안정된 투수 서재응 선수는 손톱이 깨지는 부상으로 계속 고생하고 있는 사나이다. 하지만 ‘MVP 베이스볼 2005’에서는 서재응 선수는 뉴욕 메츠의 제 5선발로 당당히 기용되며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제 1선발은 페드로 마르티네즈라는 초대형 거물 투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서재응 선수가 조금만 잘 해 줬다면 뉴욕 메츠의 월드 시리즈 재패도 꿈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재응 선수는 2005년 시뮬레이션 결과 6승 8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 방어율은 6.94이었고 삼진은 총 65개.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주무기로 구질이 다양하지 못해 메이저 리그 슬러그들의 전투력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성적 부진의 원인이었다.

게다가 시즌 중반에는 불펜 대기로 명령받아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게임으로 돌렸지만 시즌 도중 서재응 선수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왜 제 손톱은 이렇게 약한가요.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흐흑….”

하지만 그는 여전히 뉴욕 메츠에서 가장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하는 선수라는 점만은 틀림없다. 뉴욕 메츠는 84승 78패로 내셔널리그 이스트에서 3위에 그쳤고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도 떨어져 디비전 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뼈아픈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선두와 불과 5게임 차이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한편,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망주 추신수 선수와 특급 마무리 구대성 선수는 이번 ‘MVP 베이스볼 2005’에서 누락돼 아쉬움을 줬다. 특히 구대성 선수는 국내와 일본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고 특급 마무리 자격으로 메이저 리그로 전격 진출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추신수 선수는 현재 이치로가 속해 있는 시애틀 마리너스에 소속돼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에서 현재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터에 이름이 없어 어리둥절하게 했다. 설마 EA 스포츠가 일부러 제외한 것은 아니겠지만 추신수 선수는 두고 두고 유저들의 이름에 오르내릴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그 선수가 왜 빠졌냐고요.EA 스포츠가 자랑하는 야구 게임 ‘MVP 베이스볼 2005’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하드볼’ 시리즈가 히트했을 때 EA측은 ‘트리플 플레이’ 시리즈로 맞섰고 ‘하이히트 베이스볼’이 인기를 누리자 이에 맞서기 위해 새롭게 제작한 게임이 바로 ‘MVP 베이스볼’ 시리즈였다.

1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시리즈는 초창기 사실성이 없고 액션 게임같다는 평을 들어야 했지만 ‘MVP 베이스볼’ 시리즈로 넘어 오면서 균형 감각을 찾아 경쟁작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라이선스를 통해 취득한 초상권을 바탕으로 실제 메이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조리 등장한다는 점이다. 또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해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경기를 펼쳐도 실제 경기와 유사한 결과를 도출한다. 뛰어난 그래픽과 환상적인 사운드는 전매 특허이며 여기에 미니 게임과 각종 모드를 삽입해 유저에게 다양한 재미를 주도록 유도하고 있어 최고의 야구 게임으로 손꼽힌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