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협단체 차기 수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주요 게임 관련 협·단체들이 차기 ‘수장’ 선임 문제로 술렁거리고 있다. 전국 2만여 PC방을 대표하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e스포츠 활성화를 주도할 한국e스포츠협회가 그렇다. 여기에 작년 4월 ‘통합협회’ 기치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출범한 한국게임산업협회 김범수 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 세 단체는 저마다 게임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자단체란 점에서 차기 회장으로 누가 어떻게 선임되느냐에 따라 그 단체는 물론 향후 대한민국 게임 산업 행보에 적지않은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태풍의 눈’은 역시 국내 온라인게임 유통의 지배적 위치에 오른 PC방사업자 단체인 IPCA다. IPCA는 지난해 ‘카운터스트라이크’와 올해 ‘WOW’ 불매운동을 벌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등 최근들어 게임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 지 PC방업주는 물론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업체들이 미성년자 결제문제와 공인인증서 발행 등으로 일반 사용자 대상의 수익모델이 까다로워지면서 PC방을 대상으로한 IP과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로선 일단 IPCA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는 없다. 유력한 후보 역시 섯불리 점칠 수 없는 상황. IPCA의 조인호 홍보팀장은 이와관련, “17일 후보를 마감하고 19일에 후보를 확정한다는 일정만 잡혔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IPCA측으로선 일단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체로 PC방업계에서는 차기 IPCA 회장으로 김기영 현 회장과 박광식 현 부회장 간의 치열한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차기 회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박광식 부회장도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출마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집안싸움(?)’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만약 현 회·부회장간의 2파전 체제로 간다면 재임 기간 내내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IPCA 안정화의 일등공신인 김회장쪽이 다소 유리한 입장에 설 것이란게 PC방은 물론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김회장은 실제 지난해 ‘카운터 스트라이크’ 불매 운동을 주도하며 국내 1인칭 슈팅(FPS) 게임 시장 판도를 송두리째 뒤바꿔 놓으며 IPCA의 위상을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문화관광부의 PC방업 신고제 전환 방침과 관련, 이해 관계에 따라 엇갈리던 PC방 업계의 의견을 하나로 담아내는 데에 성공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방어하는 입장이 공격하는 입장보다는 유리하지 않겠냐”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의 선전을 예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는 김 회장과 함께 협회 초창기부터 일 하면서 당시 2개로 나뉘어 있던 협회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등 조직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을 따르는 회원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협회에서 자금 등 내부 살림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맡아왔으며 대외적인 활동이 별로 없어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조용하고 꾸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스타일로 차기 회장감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CA가 이제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만큼 새로운 회장단을 구성, 새로운 도약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부회장은 이와 관련, “아직 후보 등록은 안했지만 입후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IPCA가 이제야 협회다운 협회로 발돋움 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와전되면 협회에 분열을 초래하는 누를 끼칠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현 회장의 수성이냐, 부회장의 공성이냐, 아니면 의외의 다크호스가 등장하느냐? PC방업계는 물론 게임업계는 누가 향후 ‘IPCA호’를 이끌어 갈지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다.게임업계가 IPCA 차기 회장 선거에 이목을 집중하는 것은 과거 ‘모래알과 같다’는 평을 들어오던 IPCA가 최근 들어 조직이 안정화되면서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IPCA는 1인칭슈팅(FPS) 게임‘카운터스트라이크(이하 카스)’의 PC방 과금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전국적인 불매 운동을 벌여 이 게임이 상당수의 PC방에서 모습을 감추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IPCA의 ‘카스’ 대체게임으로 선정된 ‘스페셜포스’는 PC방 점유율면에서 ‘리니지2’ ‘WOW’ ‘스타크래프트’ 등 기라성같은 게임들을 제치고 2위권으로 급부상하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후 넥슨이 ‘카트라이더’를 유료화하기에 앞서 IPCA측에 자문을 구하는 등 게임업계에 대한 IPCA의 발언권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입장에서도 IPCA는 무시할 수 없는 카운터파트로 자리잡았다. 지난부터 IPCA와 문화부는 PC방업 신고제 전환 문제를 두고 많은 갈등을 겪었고 이에 따라 양측은 수차례 접촉을 가졌왔다. 결국 IPCA는 당초 강력히 추진하겠다던 문화부로부터 ‘충분히 원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응답까지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IPCA의 영향력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자율 정화 노력으로 대내외적으로 이 협회가 건전하다는 점을 각인시킨 덕도 컷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회는 2003년 말부터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한국비디오물감상실업협회 등과 공동으로 합동자율지도위원회를 꾸려 불건전한 영업장을 대상으로 한 지도·계몽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이 결과 정부로부터의 규제를 상당부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고 일반인들의 PC방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일반 공산품은 대형 할인점의 등장으로 이미 제조업체보다 유통업체의 파워가 막강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게임산업도 전국적인 게임 유통 인프라를 갖고 있는 PC방들이 단합할 경우, 게임 개발사 이상의 파워를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가 이번 IPCA 회장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중배기자,황도연기자 이중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