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알버트 류(Albert Liu)

알버트 류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연설을 할 때, 또는 밥을 먹으면서도 참 많이 웃는다. 때로는 잔잔한, 때로는 장내가 떠나갈 듯한 호탕한 웃음으로 주위의 시선을 잡아 끈다.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 짧은 곱슬 머리에 각진 턱, 그리고 넉넉해보이는 볼살이 어울려 만들어낸 자신에 찬 미소까지. 30대 중반의 나이로 대만 제1의 게임사 CEO가 됐고, 이제 대만을 넘어 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과 세계 시장까지 품에 안을 듯한 알버트 류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그래 그래 푸하하하, 크크큭 맞아 맞아.” 아시아를 겨냥한 ‘에버퀘스트2 이스트’ 버전 출시를 앞두고 타이베이시에서 열린 설명회 자리. 감마니아 알버트 류(35) 사장은 마치 히트 상품의 성공 비결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처럼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최소한 한국에서 만큼은 기대반 우려반의 ‘에버퀘스트2 이스트’ 한글화 버전이건만 출시에 앞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이가에 대한 걱정은 없어보였다.

“제가 원래 성격이 쾌활합니다. 낙천적인 스타일이죠. 걱정이요? 왜 안되겠습니까. 하지만 워낙 우수한 개발진들이 모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이 알게 모르게 나타났나 봅니다.”

‘에버퀘스트2’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그 표정 또한 긴장감이나 걱정스러움이 느껴지기 보다는 마치 학생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는 애정어린 교사의 진지한 표정이었다.

“한국에서 서비스할 때 동접 수 1위 욕심이 분명 있죠. 게임성과 스토리에서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기에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이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분명한 점은 1위 게임이 되겠다는 욕심 이전에 ‘리니지’나 ‘WOW’ 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심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대만 온라인 게임시장 점유율 1위, 자본금만 667억원,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및 개발과 PC·비디오 게임 개발 및 유통, TV게임 프로그램 제작과 게임전문지 출판, 게임 주변상품 제작 및 유통 등 관련사업 분야만 10개. 본사와 해외 지사를 합해 12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게임사의 CEO 알버트 류에게서는 성공한 벤처CEO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30대 중반 나이에 거둔 결과 치고는 너무나 커 보였기 때문인지 ‘원래 아버지가 돈이 많다’거나 ‘실패의 쓰라림을 모른다’는 등 소문이 많다.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죠. 90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실패도 여러번 했어요. 지난 97년 때는 개발 방향을 잘못 잡아 한번에 7∼8억원 가량 손해봤고 직원들은 다 나가서 3명밖에 안남기도 했어요. 다시 시작한 겁니다. 지금도 자만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

그는 또 “(온라인 게임 서비스 외에) 다른 사업 분야는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온라인 게임 서비스와 연관된 분야입니다.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의 PR을 위해 만든 것인데 성과가 좋았다고 판단해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감마니아는 온라인 게임사이고 온라인 게임이 중심입니다.”

최근 새로 시작한 분야로는 모바일 콘텐츠 비즈니스가 있다. “모바일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운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죠. 특히 3세대 휴대폰에 접목시킬 모바일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관찰 단계입니다.”그의 사업 추진력과 일에 대한 집중력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성공한 대만 최고의 게임사업가가 되기까지 한번 일을 손에 잡으면 몇날 밤을 새워 가며 마무리짓는 성격과 계획한 비즈니스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그의 스타일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에버퀘스트2 이스트’ 발표를 앞두고는 좋아하던 담배를 3일씩이나 끊고 작업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또 집중해서 일합니다.” 스스로 밝힌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다.

그는 사원들에게 항상 창의적인 마인드를 강조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해봐라”라는 조언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감마니아를 방문했을 때 받은 기억에 남는 두가지 인상 중 하나는 깔끔한 내부 환경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캐릭터 사진과 모형들이었다. 개발자와 마케팅 등 소속 분야를 망라해 책상 위와 벽, 그리고 칸막이 마다 사진과 모형, 인형 등 무수히 많은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가족처럼 느끼고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발휘할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발휘한 능력에 따라 대우해 줍니다.”그는 미혼이다. “(여자에 대해) 관심은 많은데 사업이 바쁘다 보니 아직 못했다”고 말하면서 무척이나 쑥스러워했다. 좋아하는 여성상이 궁금하다고 묻자 낯 간지러운 듯 웃어제끼며 송혜교 스타일을 좋아한단다.

실제로 그는 바쁘다. 대만 본사 뿐 아니라 한국, 일본, 홍콩, 중국까지 4개 현지법인을 돌보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현재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또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해야 하는 CEO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만 아는 CEO는 절대 아니다. 항상 책을 끼고 다니는 독서광이지만 경영서적이 아닌 역사와 전기, 그리고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풀어가는 이야기책을 좋아한다. 또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몇년전부터 골프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 태권도가 2단이란다.

“꽤 오래전에 배워놨죠. 태권도에 게임처럼 대전을 펼치는 겨루기 있잖아요. 저는 그게 유난히 재미있고 좋더라고요.” 몰랐는데 그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은 태권도에서 나왔나보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