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T)과 문화예술이 결합하면 무엇이 나올까. 문화콘텐츠라고 떠올리기 쉽다. 문화예술을 IT에 접목,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수출하자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정동극장의 정장호 이사장 부부와 최태지 극장장 부부는 IT와 문화예술의 만남의 결과는 바로 창의와 상상력, 즉 ‘창조적 정신’이라고 답한다. IT와 문화예술의 프론티어 정신이 새로운 산업,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맡아 온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AIT) 회장을 그만두고 정동극장 이사장에 취임한 정장호 KAIT 고문과 지난 연말 극장장에 재선임돼 ‘가족,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최태지 극장장을 지난 22일 정동극장에서 만났다.
정장호 이사장은 한국을 IT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IT업계 1세대로 초대 LG텔레콤 사장을 역임했으며 최태지 극장장은 국립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국립발레단 단장, 예술감독 등을 역임한 한국 발레의 큰 기둥이다. 정 이사장의 반려자 정근옥 사단법인 한국라보 이사와 최 극장장의 동반자 임준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문화 선진국을 향해= “문화는 산업을 선행합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당연히 문화콘텐츠의 개발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해 커왔지 않습니까. 이젠 창의력을 발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때입니다. 이는 문화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한국의 IT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선도하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창의력이 필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준호 변호사는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에서도 휴대폰 등의 기기로 공연 정보를 볼 수 있고 문화 예술과 IT가 접목돼 새로운 문화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정동극장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할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님이 기꺼이 정동극장 이사장직을 맡아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정동극장이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는 정동극장만의 레퍼토리를 만들고 공연 기획력을 강화해야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경영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최태지 극장장은 정동극장이 10년을 맞아 400석 규모로 작지만 강한 극장으로 거듭나 세계적인 무대로 발돋움하기 위해 IT를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극장장은 무대의 수준 향상과 공연 기획력 확보에 보다 힘쓰고 이사회에서는 경영 일반을 조언하고 책임지는 정동극장의 새로운 체제는 한국 공연문화의 모델이 될 듯하다.
정근옥 한국라보 이사는 “문화예술과 IT이 만나 보다 많은 관객들이 정동극장의 레퍼토리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정동극장, 새로운 10년= 최태지 극장장과 정장호 이사장은 정동극장을 젊은 예술가들의 독립 무대, 가족이 찾아오는 무대로 바꿀 생각이다. 정동 문화벨트의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다.
개관 10년을 맞아 새로운 CI를 만들었고 지난 1월부터는 ‘아트 프론티어’라는 이름으로 가수 이상은, 기타리스트 한상원, 뮤지컬 배우 김선경, 발레리나 김지영 등 젊고 가능성 있는 예술가들의 연작 무대를 진행 중이다. 오는 4월 15일부터 배우 박정자씨가 최초로 어린이극 무대에 출연하는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이라는 가족극도 무대에 올린다.
최고의 배우와 무대로 온 가족이 즐기는 연극이 될 것이라는 극장 측의 기대가 크다. 오는 12월에는 창작 무용극 ‘안데리센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제작, 정동극장만의 레퍼토리로 남길 예정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구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구호는 IT산업을 크게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제 정동극장이 중심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화로 선진 문화예술 만들자”는 표어가 나올 듯 하다. 정장호 이사장과 최태지 극장장의 다짐이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사진: 정동극장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정장호 정보통신산업협회 고문이 이사장을 맡고 최태지 극장장이 재선임된 정동극장은 IT와 문화예술을 결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장호 정동극장 이사장, 정근옥 (사) 한국라보 이사, 최태지 극장장, 임준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