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AI 결제 시대 앞에서 멈춰선 디지털자산기본법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결제·정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AI는 항공권을 찾고, 데이터를 구매하고, 외부 서비스와 거래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사람이 매번 승인하는 결제 수단이 아니라, AI가 실시간 이용료를 지불하고 정산할 수 있는 인프라다.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이전트 경제가 확산되면 초소액·고빈도·자동 결제 수요가 늘어난다. 카드와 계좌 중심 기존 금융망은 처리 속도와 비용, 자동화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콘텐츠 이용료, 데이터 구매, 글로벌 송금, 무역금융, 실물연계자산(RWA) 정산까지 연결되는 기반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AWS는 아마존 베드록의 '에이전트코어 페이먼츠(AgentCore Payments)' 프리뷰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웹 콘텐츠, API, MCP 서버, 다른 에이전트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코인베이스와 스트라이프가 결제·월렛 인프라에 참여하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프로토콜 x402가 활용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원화 기반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중심 결제 질서가 먼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시계는 멈춰 섰다. 6·3 지방선거 일정에 밀리고,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논란에 발목이 잡힌 결과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선거가 끝나는 즉시 논의를 재개하고,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입법 절차에 올려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준비금 관리, 이용자 상환권, 사업자 책임 범위 등 기본 규칙을 더 늦출 이유는 없다. AI 에이전트 결제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밀린 시간을 만회하려면, 하반기 첫 정무위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상정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