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주말 인터넷 포털을 대상으로 ‘음란물과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성인용 콘텐츠에 대한 자성론과 함께 인터넷 영상물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제 음란물 유포 온상으로 지목된 인터넷포털업계는 이번 검찰의 강경 방침에 대해 ‘성인용 콘텐츠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부여받은 합법적 성인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해명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는 데에 있다.
현행 ‘음반·비디오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 비디오물의 정의를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한정하므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인터넷상 영상물에 등급을 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등급을 받았다는 인터넷 영상물은 일반 비디오물로 등급을 받은 후 인터넷을 통해 상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영상물은 현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후 규제만을 받고 있다.
때문에 오프라인 등급부여를 근거로 내세우며 성인물을 마음 놓고 서비스한 포털 업체는 물론 디지털 환경 변화에 발맞춰 관련법 체계를 제때 정비하지 못한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이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현재 작업중인 ‘영화등의진흥에관한법률(안)’ 제정 과정에서는 비디오물의 정의에 ‘유형물에 고정’이라는 조항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영상물에 등급을 부여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결과를 통보해 사후관리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계획은 등급 부여시 내용 자체는 물론 매체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중요한 심의 기준이므로 일반 비디오물과 인터넷 영상물에 대한 판단 잣대가 다르게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모으고 있다.
다만 제정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화등의...’ 법은 당초 지난해 가을 정기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었지만 국회 일정과 이해관계 대립 등으로 아직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문화부가 지난 24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오는 5월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했으므로 빨라야 올해 말 시행될 예정이다.
인터넷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들은 관련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함으로 인터넷 영상물 심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으면 안 지킬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자체 심의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항변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인터넷 음란물 문제가 커짐에 따라 ‘영화등의...’ 법 제정을 통해 영상물 심의를 강화하려했으나 절차상의 문제로 지연되던 중 검찰의 강력수사 방침이 등장해 당혹스럽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분위기가 환기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인터넷기업협회 "회원사 VOD 서비스 중단"
한편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28일 이번 검찰의 강경대응방침에 대한 공식 입장을 통해 “검찰 기소 이후 회원사들이 운영하는 다음·야후·네이버 등 3대 포털이 그동안 제공해온 VOD 서비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협회 측은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법적 시스템이 없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모든 절차를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유통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검찰은 일부 기업에 대한 상징적 기소에 앞서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제도 개선 및 음성 음란 사이트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