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에도 비운의 게임이 있다. 게임성 만큼은 누구에게나 인정받았지만 실제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쳐 반짝 눈길만 끌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게임이 적지 않다.
시장에 비해 너무 앞섰거나 아니면 옥에 티 하나로 인해 비운의 길을 걸어야 했던 작품들이 그렇다. 비록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게임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던 주옥같은 걸작 게임을 소개한다.
‘토탈어나이얼레이션’은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게임이다. 케이브독이 1997년 만든 이 게임은 3차원의 개념을 도입하고 물리엔진을 적용했으며 수백개에 달하는 유닛이 육해공에서 전투를 펼쳐 RTS의 새차원을 연 게임으로 평할만 하다.
‘토탈어나이얼레이션’은 우리나라에서 10년 가까이 장수하면서 국민게임의 반열에 오른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수 많은 RTS 게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의 초기버전을 E3쇼에 선보였다가 이 게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그래픽을 다시 뜯어 고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걸작 게임이 외면 받고만 이유는 무었이었을까. ‘토탈어나이얼레이션’은 본격적인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이 게임은 요즘의 컴퓨터로도 유닛이 많이 등장하게 되면 그래픽이 부드럽게 구현되지 않을 정도니 당시의 컴퓨터 사양이 이 같은 그래픽을 돌리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결국 ‘토탈어나이얼레이션’은 ‘스타크래프트’ 등 당시에 나온 게임과 비교해 너무나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음에도 이 게임을 돌릴만한 PC를 가진 게이머가 별로 없어 사장되는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RTS 분야에는 이 게임 말고도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흥행에는 참패한 게임이 적지 않다. 웻트우드스튜디오는 흥행에서 재미를 본 ‘커맨드앤컨커:레드얼럿’에 이어 ‘커맨드앤컨커:타이베리안선’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이 게임 역시 높은 요구사양 때문에 외면받았다. 또 RTS의 전투공간을 평면에서 공간으로 끌어올린 ‘홈월드’도 방대한 설정, 스토리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판매량은 미미했다.
반면 게임성과 시장성을 적당한 선에서 얼버무려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는 성공할 수 있었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