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걸작 시리즈 <2> 씰

PC패키지게임 시장이 사실성 소멸된 상황에 처한 데는 와레즈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불법복제의 만연으로 게임 개발사들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개발자들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욕도 꺽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상당수의 게임들이 와레즈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지만 그중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 바로 가람과바람의 ‘씰’이다.

‘씰’은 권선징악을 내세운 뻔한 스토리의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운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부터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 게임은 주된 스토리 외에도 100여가지에 달하는 서브 스토리를 갖추고 있어 스토리가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던 다른 게임과는 달리 스토리가 게임의 중심 축으로 전체 게임을 끌고 간다.

이를 해본 게이머들의 한결같은 평가는 탄탄한 시나리오가 마치 짤 짜여진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각각의 주인공들의 갈등관계와 예언, 이를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 게임의 스토리는 이전의 게임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이 있는 재미를 주었다고 평한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가 좋다 보면 이 때문에 게임내의 자유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씰’은 탄탄한 시나리오에 꽤나 높은 자유도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다른 롤플레잉 게임처럼 메인 이벤트가 존재하지만 서브 이벤트가 메인 이벤트와는 별도로 진행돼 자유도를 높인 것이다.

당시 RPG의 공식이나 다름없던 일본식 롤플레잉게임(RPG)의 턴제 전투방식 대신 리얼타임 전투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씰’을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이밖에 조작이 편리한 인터페이스,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수려한 2D 그래픽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씰’의 옥의 티는 상당히 버그가 많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게임이 정식발매되기도 전에 와레즈를 통해 퍼져버리면서 개발사가 출시시기를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철저히 감수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를 개발사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씰’은 뛰어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이에 따른 와레즈 사이트들의 범람으로 수 많은 불법복제물이 돌아 다니게 됐고 결국 흥행에서는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이 게임은 기형적으로 발달한 국내 게임산업의 슬픈 단면을 보여준 게임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