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전업계 `실속없는 장사`

이번주 실적 발표를 대거 앞두고 있는 일본 가전기업들의 성적은 한마디로 ‘실속없는 장사’로 요약할 수 있다.

 디지털 가전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1∼2년 새 진행된 급속한 가격 하락으로 판매대수는 늘어난 데 비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기형적인 사업구조를 초래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제품 가격 하락 압박으로 일본 가전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디지털 가전인 평판TV와 디지털카메라, 휴대용 오디오 기기, DVD리코더 등은 판매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폭락으로 이익이 크게 줄었다.

 소니, 도시바, NEC일렉트로닉스, 후지쯔, 파이어니어, 일본빅터(JVC), 엘피다메모리,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등 대표적 전자업체는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2004 회계연도(2004.4∼2005.3)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여 ‘수요 확대=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가전 경기의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일본 디지털 경기 이상징후의 본질=일본 디지털 경기에 대한 우려는 가격이 예상 외로 급강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기기별 지난해 일본 내 판매대수를 보면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은 약간 감소했거나 전년 대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PC 판매는 약간 늘어났고 디지털 가전기기는 급신장했다. 그러나 가격 동향은 이와 정반대로 디지털 가전의 하락폭이 가장 심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일본 전자업계에서는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해 왔다. 우선 파이어니어와 JVC가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2004 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낮췄으며, 올 들어서는 소니도 영업이익 예상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 소니 측은 “1년 전에 비해 평판TV는 20∼30%, DVD리코더는 40% 가량 가격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평판TV와 DVD리코더는 지난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7∼2배 가량 늘었지만 가격경쟁이 심해지며 판매단가가 급락했다.

 ◇부품 업체들도 타격=디지털 가전의 가격 하락은 반도체나 HDD, LCD패널, DVD드라이브 등 부품 업체들에도 타격을 줘 NEC, 도시바, 엘피다메모리 등도 실적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NEC는 올 초 그룹 전체 실적을 하향 조정했으며 이에 앞서 NEC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 10월에 이어 2004 회계연도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을 한 번 더 낮춰 잡았다.

 NEC 측은 디지털 가전 및 휴대폰용 반도체 수주가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고 단가 하락까지 겹쳐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도시바와 엘피다메모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시바는 영상보존용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 하락 영향으로 영업이익을 당초보다 33% 하향 조정했다. D램 전문업체인 엘피다메모리는 휴대폰용 및 디지털 가전용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근 가격 하락으로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연초 예상했던 265억엔의 영업이익을 178억∼218억엔으로 조정했다.

 ◇전망=디지털 제품 가격이 앞으로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지속되는 가격 하락 압력 속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원가 경쟁력, 브랜드력 등에 따라 업체별 실적이 확연히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비해 마쓰시타는 PDP TV와 히트 상품인 세탁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당초 2800억엔에서 3000억엔으로 소폭 증가했다. LCD 제품의 기술개발과 브랜딩에 집중한 샤프도 2005 상반기 회계연도(올해 4∼9월)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2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