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국은행의 신권 지폐발행 계획이 발표된 이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금융자동화기기의 교체 또는 변경 문제를 놓고 한은·은행·공급업체 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ATM 업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협의채널을 구성하는 등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노틸러스효성·LG엔시스·청호컴넷·FKM 등 4개 ATM 공급업체들은 최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를 통합 창구로 삼고 신권지폐 발행과 관련된 업계의 혼선을 막고 시장정보 공유, 대정부 건의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신권발행 계획이 공개된 뒤 한 달이 되도록 한국은행과 각 은행들이 구체적인 화폐 규격이나 실행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관련 업계에 제공하지 못하면서 신권 수용을 위한 ATM을 개발해야 하는 제조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신권 발행계획 발표 이후 한국은행의 방침과 은행의 대응방향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ATM업계도 당분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최근 시장 관계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현실과 제품 지원능력 등에 대한 업계 공동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단일화된 협의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ATM 업계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새 지폐를 수용할 ATM 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특히 신권 발행이 신규 ATM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1만원권이 발행되는 2007년까지 상당수 은행들이 신규 도입을 미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향후 1∼2년 동안 제조사들은 줄어든 기기 수요와 신규 ATM 개발·공급이라는 두 가지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ATM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위폐감별 기능을 강화한 신권 발행에 나선 일본도 ATM 변경에 필요한 비용을 은행들이 일부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특정 ATM을 사용 중인 은행들이 향후 해당업체로부터 도입할 신규ATM 물량을 선지급 형태로 지원해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ATM의 핵심 부품으로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환류식지폐입출금모듈’의 국산화를 신권 지폐가 통용되는 시점에 실현할 수 있을 지 여부다. 현재 산업자원부와 ATM업계, 한국조폐공사 등은 민관 합동으로 2007년 이 모듈의 국산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중 은행과 ATM 제조사 등 관련 업계는 “이른 시일 내에 신권의 정확한 규격과 시장 공급을 위한 로드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은·은행·ATM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신권의 안정적인 유통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