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 놈이 아니다. 말장난하나? 그놈이 이놈이 아니면 저놈은 누구인가. 어, 이번에는 두놈이다. 숱한 화제 속에 다운로드 100만을 넘어 히트대열에 들어선 ‘놈’. 그 후속작 ‘놈투’가 ‘쌍놈’으로 표현되는 ‘유체이탈’과 세계 최초의 외계 메시지 송출을 앞세워 또 한번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놈투’가 모바일 마니아를 중독시키기 전에 어떤 놈인지 낱낱이 조사해 봤다.
놈투에 나오는 새로운 놈과 함께 달렸다. ‘나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나와 함께 여기있다.’ 첫 장부터 심오한 철학적 문구가 흐른다. 시작버튼과 함께 놈이 달린다. 내손도 달린다.
스테이지1부터 3까지는 거의 연습모드에 가깝다. 일종의 맛봬기다. 원버튼 게임이지만 12스테이지까지 가려면 한참이다. 손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는가.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차고 넘고, 장애물도 거침없이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듯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바로 놈의 정신세계다. ‘놈1’이 세상에 대한 모험과 철학을 다뤘다면 ‘놈투’는 자신의 정신세계 속 모험과 철학을 담았다.
# 놈과 떠나는 정신세계로의 여행
스테이지3부터 거꾸로 뛴다. 이제는 손가락에 이어 손목까지 잘 돌려야 한다. 희안하게 생긴 몬스터가 쏟아진다. 여자귀신도 있고, 메두사에 식충식물도 나온다. 혼란스런 인간의 머리 속 내용물이다. 빠른 듯 경쾌한, 그러나 두근거리는 긴장감이 녹아든 배경음악 ‘유로테크노+국악’은 마치 놈의 발에서 나오듯 쉼없이 울린다.
세개의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보스몬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뇌. 정신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뇌를 터트려야 한다. 오만가지 망상이 혼재한 우리 정신세계에서 여자생각 만큼 강하고 크게 작용하는 상상의 산물이 또 있을까. 4스테이지에서는 줄넘기하는 여자몬스터가 나온다. 미션은 함께 줄넘기를 하며 잘 놀아주는 것이다.
5스테이지로 넘어서자 좁은 ‘동굴’이다. 여기서부터는 기어가야 한다. 쉬워보이지만 난이도가 상당하다. 빠싹 긴장해야하는 코스다. 긴장을 풀었다간 한순간에 당하는 코스가 여기서부터다. 놀아줘야할 줄넘기 여자가 끝없이 쏟아진다. 놈은 말한다 “그만좀 나와라.” 여자가 대꾸한다 “사랑이 식었군.” 그리고 등장하는 여자귀신 보스.
7스테이지에 들어서자 달리는 길이 평탄치 않다. 비탈길에 굴곡도 심하다. 더욱 깊은 나를 찾아 간다. 등장하는 몬스터와 장애물의 저항이 더욱 거세다. 끈끈이 주걱, 입술모양 몬스터, 전에 죽은 귀신이 또 나온다. 눈여겨 볼 것은 우주선이다. 놈의 정신세계는 현실과 심령 세계의 상상을 넘어 우주로까지 확대된다. 종교, 심령, 우주 등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였다.
드디어 8스테이지부터 놈이 두개로 갈렸다. 놈투의 핵심 유체이탈(Out Of Body)이 시작됐다. 이제 확인(OK) 버튼만으로는 안된다. 1번과 3번으로 ‘양놈’을 조절해야 한다. 고난이도는 둘째치고 전혀 새로운 경험이다. 9스테이지를 마치면 또 하나의 놈이 보스몬으로 등장한다. 이번에는 놈이 놈을 물리치는 미션이다. 그런데 잘 때리는 것이 아니라 잘 맞아야 한다. 주어진 타이밍에 맞춰 잘 맞아주면 이긴다. 이거 점점 더 황당해 진다.
10, 11, 12스테이지까지 구구절절이 설명하면 막상 출시됐을 때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 곧바로 최종 보스몬이다. 그동안 나왔던 보스몬들이 한번씩 더 등장하더니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기가 막혔다. 없는 것은 아닌데 암흑 속 존재다. 시커먼 배경 속에서 나타난 것은 암흑 속 존재의 울림 뿐이다.
# 골 때린 놈에 희안한 게임, 그러면 개발자는 사이코
‘놈투’는 이색적이다. 한마디로 골 때린 게임이다. ‘놈1’도 새로웠지만 이놈은 더 새롭다. 개발자는 분명 사이코일 것이라는 느낌까지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놈을 만들 수 있는가 말이다.
‘놈투’에 나오는 대화를 보자. 면면이 단순 무식한 대화 속에 철학이 섞여 있다. “너! 내 강아지 죽였어! 물어내! 씨~”, “하하하! 강아지 같은건 여기에 원래 없었어”, “뭐라? 그럼 고냥이냐?”, “바보 같은 놈! 모두가 너의 생각 속에 있던 허상이란 말이다. 그 여자들도 전부다... 껄껄껄”
6스테이지가 끝나면 나오는 “내 마음속에 상념은 허상으로 다가왔지만 허상이 내게 남긴 상처는 실상으로 남아버렸다네… 내 마음이 이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단지 갈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나는 끝까지 달려야 하겠지…” 이건 완전히 한편의 시다.
“내가 어디에 있고 네가 어디에 있는가”, “난 너였구나… 미안하다. 나의 사랑하는 나여…”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내 안의 나’를 일깨우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모든 것이 허상이였으면~”에서는 허무주의와 실존주의 철학이, “당신은 돌고 도는 게임 속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 컨티뉴되는 시간의 화살 같은 게임 속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실천철학이, 그리고 “사랑은 단지 단어가 아닌 그 이상의 실존 에너지이다. 이 우주에서 가장 큰 에너지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맞이한다면 당신 역시 사랑으로 가득할 것이다”에서는 기독교적 사랑이 느껴진다.
# 세계적인 화제 ECG
하지만 절대 무겁지 않다. 대화 내용을 무시해도 게임 진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한번쯤 가슴에 새겨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그만이다.
‘놈투’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이지훈 군(중3)은 “놈과 적의 재미있는 대화가 자꾸 생각난다”고 말했다. 정낙현 군(중2)은 “외계에 메시지를 송출한다는 ECG가 새롭다. 이슈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유지민 양(대학 4년)은 “게임에 푹 빠지게 된다. 중독성이 심하다”, 이지원 양(고2)은 “기발하면서 코믹하다. 배경이 현란해서 눈이 아플 정도로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 희한한 장애물과 몬스터, 세계 최초의 국악 사운드 등 ‘놈투’ 만의 차별화 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세계 최초의 기능 ‘ECG’다. 중국 시나닷컴과 미국의 모벤타, 게임스팟 등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ECG’는 ‘External World Contact Game’이라는 뜻으로 게임 끝에 게이머의 메시지를 실제 외계로 송출하는 기능이다. 최종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 메시지를 입력하면 게임빌 서버로 모아졌다가 2진수화 돼 우크라이나 천문대로 보내지고 직경 70m의 전파망원경으로 우주에 송출된다. 세계 평화, 사랑의 메시지 등을 자유롭게 작성해 보낼 수 있다. 이쯤되니 가히 기막힌 게임이라는 말도 나온다. “처음 ‘놈투’ 기획서를 보고 프로그래머가 한숨을 내쉬더군요. 도저히 불가능에 가까운 구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하던 대로 모두 구현됐어요. 천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게임을 프로듀서한 게임빌 신봉구 실장은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로 생소하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을 주문했을 때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다”며 “게임에서 찾지 말고 패션에서 찾아보길 당부했다”고 한다. 결국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100% 만족할 만한 디자인이 나왔다.
그는 “생소한 것을 디자인 한다는 것,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이기에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신 실장은 마케팅 역시 생소하고 난감한 게임의 색깔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무엇을 마케팅 포인트로 결정할지 긴 시간 고생을 했다며 정확한 맥을 짚어 마케팅 포인트를 끌어냈을 때 팀이 매우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놈투’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일찌감치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오픈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게임을 론칭할 때 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는 신 실장은 “최선을 다 했으며 다소 난해한 요소가 담겨있지만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 그냥 흐르는 대로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