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추월할까?
5년간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엔씨소프트로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지만 최근 게임업계에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정상다툼이 핫이슈다. 양사가 지난주 라이벌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자존심 대결’은 하이라이트에 달한 형국이다.
자존심 대결은 국내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창시자인 넥슨의 김정주 최대주주와 ‘리니지’ 신화를 만든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간 ‘2金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순위변동 여부를 떠나 넥슨이 5년 독주체제를 달려온 엔씨소프트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독주보다 경쟁이 기업이나 시장의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기 때문이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한 업체가 1등을 계속하면 기업도 시장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며 “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등장하면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유저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속도가 배이상 빨라졌듯, 페어플레이를 전제로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면 할수록 산업발전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것은 올 1분기 매출실적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에 절반수준에 불과하던 넥슨은 올 1분기 539억원의 매출로 604억원의 엔씨소프트를 바짝 추격했다. 더구나 넥슨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6억원,159억원으로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 213억원과 순이익 126억원을 따돌려 수익면에서는 이미 역전했다.
문제는 넥슨의 매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넥슨 민용재 마케팅 본부장은 “3월과 4월 다소 주춤하던 매출 성장세는 5월 들어 다시 급증세로 반전된 양상”이라며 “2분기는 1분기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넥슨 직원들 사이에는 이르면 올 2분기 엔씨소프트를 매출에서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길드워’를 유료화한 엔씨소프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매출역전 현상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 영업이익은 넥슨이 추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매출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임에 따라 매출만 놓고 게임업계 지존을 가릴 수 있느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현재의 매출보다는 성장 잠재력, 해외시장 개척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거래소에 상장돼 이같은 요소들이 주가에 반영된 반면 넥슨의 경우 아직 기업공개(IPO)가 되지 않아 가시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경우 미래 성장가치 등이 반영된 주가의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을 상회할 정도다. 또 엔씨소프트는 국내 매출과 별도로 아시아, 북미 등 해외시장에서 올해 520억원의 대규모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은 매출규모가 비슷해지더라도 이같은 무형의 자산이나 비전을 따지면 넥슨은 아직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넥슨측은 여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아직 IPO가 되지 않아 명확하지 않지만 시가총액, 해외 매출 등이 엔씨소프트와 비슷하다는 것.
넥슨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숱한 인수합병 제의가 있었지만 기업가치를 1조원 밑으로로 제의 받은 적이 없다”며 기업가치에서도 엔씨소프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넥슨의 해외진출도 지난해부터 본격화돼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월 20억∼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추세면 연간 매출이 엔씨소프트와 비슷한 500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게 넥슨 관계자의 전언이다.
# 주력시장 ‘맞짱’이 성패 좌우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지존싸움’은 라이벌의 주력시장에 각각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껏 고조되고 있다. 넥슨이 초특급 신작 ‘제라’를 앞세워 ‘리니지’로 대변되는 엔씨소프트의 MMORPG 왕국에 도전했고, 엔씨소프트는 게임포털 ‘EPK’로 넥슨의 ‘카트라이더’ 신드롬에 정면 도전장을 냈다.
특히 넥슨이 ‘제라’를 자신들이 취약한 고연령층을 겨냥했다고 밝힌 반면 엔씨소프트는 게임포털에 공개될 6종 게임이 주로 10∼15세의 저연령층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액시멈사가’는 횡스크롤 RPG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양사의 신규 프로젝트 성패에 따라 정상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게임팅’이라는 게임포털을 통해 캐주얼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렸지만 큰 빛을 못봤고, 넥슨 역시 숱한 MMORPG를 출시했지만 ‘리니지’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존싸움’은 다소 긴 호흡을 갖고 전개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처음 공개한 6개 미들게임을 시작으로 게임포털에 게임 수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서원일 사장도 “넥슨에는 ‘제라’ 말고도 2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MMORPG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MMORPG와 캐주얼게임의 양대산맥의 대격돌에서 과연 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피말리는 승부가 거듭될수록 게이머들은 보다 양질의 게임과 서비스를 경험하게될 것이라는 점이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