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모바일 보이` 이종기

수능 준비생 이종기군은 모바일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유명한 존재다. 들고 다니는 휴대폰만 4개. 그동안 해본 게임은 1000개가 넘고 한 달 통신요금은 평균 40만원 선이다. 4, 1000, 그리고 40만이라는 숫자에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그의 열정을 느끼게 된다.

“지난 1년여 동안 모바일 게임 때문에 들인 비용만 대략 1000만원이 넘을 것 같다”며 쑥스런 미소를 짓는다. 이쯤되면 마니아 수준을 넘어 중독자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재미있어요.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요. 하지만 가장 큰 재미는 금방 금방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이죠. 또 일주일에 수십개씩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 때문에 골라가며 해볼 수 있다는 재미도 무시 못해요.”

‘모바일 보이’ 이종기군(19)이 모바일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다. 한 반에 10여명 가량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던 시절, 친구 휴대폰으로 처음 모바일 게임을 해봤다. “도전 줄넘기였나 그랬는데요. 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나도 휴대폰을 구입해 하게 됐죠. 모바일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활동 하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이 때만해도 광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모바일 게임보다는 오히려 온라인 게임에 더욱 매료됐고 급기야 아이템을 판매해 돈을 버는 중독(?) 수준까지 이르렀다. 당연히 학업성적은 최하위를 맴돌았고, 주위는 물론 스스로도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 빠른 엔딩과 골라하는 재미에 푹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고등학교 자퇴와 이후 검정고시 준비, 그리고 합격에 이은 최근의 대입 수능준비까지 전 과정에 걸쳐 모바일 게임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 왔다.

게임의 재미를 잊지는 못했지만 자퇴까지 결심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마당에 또 다시 게임에 빠진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드는 일이다. 이 때 모바일 게임이 그의 이성과 감정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뾰족한 대안’으로 다가오게 된다.

“일단 심심할 때 언제나 해볼 수 있잖아요. 일이십분만에 한 스테이지를 끝낼 수 있고 한 두시간에서 길면 하루정도에 게임 하나를 엔딩까지 볼 수 있죠. 이 때부터 슬슬 모바일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자신이 세운 목적도 달성하면서 모바일 게임과도 떨어지지 않았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허비한 1년을 검정고시 합격으로 만회해 대입 수능 자격을 획득했다. 틈틈이, 때로는 아주 자주 모바일 게임을 즐기다보니 모바일 게임의 전문가가 다됐다.

현재 주요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서 베타테스터로 활동 중이며 유명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에는 리뷰와 프리뷰를 제공하고 사이트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가 가진 모바일 게임에 관한 지식은 상당한 수준이다. 출시 전 게임 이름과 스크린샷만 보면 그 게임의 성공가능성을 어느정도까지는 예측해 볼 수준에 이르렀다. “E모 게임처럼 잘 만들었는데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게임이 있어요.

모바일 게임의 주 이용 계층인 청소년의 요금 부담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이미 성공한 모바일 게임의 후속작이라면 일정 정도 비슷한 성공은 보장받은 셈이고요”

# 모바일 게임 전문가 되고파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의 3D 물결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3D 모바일 게임이 대세로 여겨지고 있지만 상당 기간 동안은 3D와 2D 게임이 공존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3D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이 모바일 게임의 주 이용층인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거든요.”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중고생 후배들을 향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많이 느낀 것이지만 할 것은 하고 즐겨야죠. 할 때는 푹 빠져서 해야 재미있고요. 그러나 명심할 것은 푹 빠져서 재미있게 하더라도 요금 계산은 해가면서 즐기라는 겁니다. 자신의 용돈이 거덜날 뿐 아니라 부모님 속까지 썪여야 할 상황을 만들면 곤란하겠죠.”

수능을 준비하면서 그는 서서히 자신의 꿈을 구체화시켜나가고 있다. 그것은 모바일 게임 프로그래머다. “모바일 게임과 관련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서 게임, 정확히 말하면 모바일 게임 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요즘같이 취업하기 어려운 때에 제가 원하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정말 행운아겠죠.” 들고다니는 조그만 가방에서 4개의 휴대폰을 자랑스럽게 꺼내들었을 때 느껴지던 중독자 같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곧바로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는 10대의 자연스런 모습이 엿보였다.

“둘다 공무원인 부모님께 조그마한 기쁨이라도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속 많이 썪여 드렸거든요. 그동안 모바일 게임을 즐기면서 쓰기만 했는데 이제는 모바일 게임을 공부하고 내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임동식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