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투명한 벤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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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할 일이 하나 생겼다. ‘불멸의 이순신’을 보며 지도자상에 관해 연구하며, 이순신의 업적을 보는 일이다. 물론 가끔 나오는 웃음거리도 묘미다. 요즘 직원들과 드라마에 대한 대화를 자주 하게 된다. 드라마 한류열풍이니까 우리도 시청률을 높이는 데 한몫 해야 열풍이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다.

 처음 밤을 새워가며 일했던 시기에는 꿈꿔보지 못한 대화이기에 지난 10년을 떠올려 본다. 유통의 발전이 생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듯이 농수산물유통정보시스템의 개발로 우리나라 농수산물 유통을 발전시키고 아울러 우리의 뿌리인 농어촌의 생산농가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정보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30대 초반에 창업을 하였다. 물론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보급하리라 하는 사심(私心)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창업 초의 어려움이 끝나고 성장해 갈 무렵에 IMF가 찾아왔고, 직원들과 사무실에서 라면으로 때우며 일하던 시절이 지나자 바로 벤처 중흥기가 왔다. 매서운 겨울 뒤에는 바로 꽃피는 봄이 온다는 역사의 진리를 깨달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일에만 매진했던 벤처 중흥기에 벤처에 편승하지 못하고 일반기업으로 전락하여 오히려 이로 인한 상대적인 허탈감이 높았다. 아마도 20∼30년 동안 묵묵히 중소기업을 지키며 직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던 다른 사장들도 그러했으리라.

 벤처 중흥기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벤처에 편승했던 상대 기업들이 하나 둘 벤처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며 회사문을 닫았고, 주변에는 실업의 고통으로 사회적인 침체현상이 나타났다. 우리 회사는 경쟁업체들의 정리로 인한 약간의 호황은 있었으나 경기 하락세를 막을 수는 없었고, 주변에 끈기 있게 버티고 있는 일반 중소기업에도 경기침체의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이는 준비되지 못한 경영자에게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한다. 벤처기업이 겪은 위기와 기회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도 위기의 시대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이순신이 있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그 위기를 동료장수와의 신뢰로, 벤처와 같은 혁신의 기치로 그리고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숨어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바쳐 기회를 지키는 것이 또 다른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무작정 창업을 결심하고, 준비가 미흡해 뼈저린 고통을 감내하던 시절 이후 자신을 버려가면서 어려운 시절을 함께해준 직원들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거래처와 같이 만들어가는 시스템, 공공의 목적을 이루려는 비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버리는 공적인 사고방식의 경영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지갑에는 2개의 카드가 있다. 거래처와 점심 식사를 하더라도 한 그릇은 반드시 개인카드로 결제하는 습관이 몸에 점차 배고 있다. 이것이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고 헌신적인 노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며, 회사를 투명하게 경영하여 거래처로부터 신뢰를 얻는 작은 지혜가 되었다.

 수많은 기회가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가 오늘날 위기의 시대에 더욱더 중요할 것이며,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보다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날만큼 벤처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지만, 진정 우리 사회가 원하고 있는 것은 직원과 주주 그리고 회사가 함께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서의 벤처일 것이다. 특히 벤처드림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무엇보다 투명한 경영운영 원칙과 공적인 사고방식이 회사를 장기적인 반석에 올려놓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일확천금의 벤처에 대한 꿈이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더불어 행복하게 오랫동안 같이할 수 있는 투명한 공간으로서 벤처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안도훈 우림인포텍 사장 oaz@woori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