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불법 온라인경마게임장이 우후죽순식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현행법상 게임의 배당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 이같은 불법 게임장이 어떻게 버젓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온라인게임이 불법도박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으로 게임업계 전체의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 뻔했다.
제보를 받은 더게임스 취재팀은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지만 직접 불법 온라인경마게임장의 실상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암행실사를 하고 있는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의회의 단속반과 함께 현장을 찾아갔다.
서울에 호우주위보가 내린 지난 10일 오후 7시 께 중랑구에 위치한 골드레이스 A점. ‘골드레이스’는 온라인 경마게임으로 심의를 받아 PC방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입구 분위기는 스크린경마게임장이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곳이 PC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것은 커다란 간판 우측하단에 작은 글씨로 쓰인 ‘성인용PC방’이라는 문구 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 종업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내부 역시 스크린경마게임장과 판박이다. 다른 것이라고는 단지 앉은 자리 밑에 일반 PC가 들어가 있다는 점과 현금으로 배당을 준다는 점 뿐이다. 하지만 PC를 경마 게임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종업원은 친절하게 단속반 일행을 자리에 안내하고 익숙한 솜씨로 로그인을 대신해줬다.
# 장대 비에도 손님 몰려
A점은 좌석 수 50석의 중간 정도 규모의 영업장. 오는 길에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자동차의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돌려도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상상태가 안 좋았고 시간도 이른 편이었지만 20명이 넘는 손님들이 배팅을 즐기고 있었다. 10여분이 더 지나자 손님은 30여명 정도로 금새 늘어났다.
한가지 의외인 점은 현금으로 배당이 이뤄짐에도 경기 결과에 따른 손님들의 환호나 탄성을 거의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손님들이 불법 영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배팅한도는 40만원 인데 서비스가 나가기 때문에 30만원쯤 해요.”
배팅한도를 묻는 질문에 같은 종업원은 이같이 대답하고 5만원당 1만원의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배팅규모와 서비스 제공도 위법이다.
“말이 그렇지 사실상 한도가 없어요. 제가 아는 한 사람은 일주일 새 2000만원을 잃은 적도 있거든요.”
단속반원인 신모씨의 이야기는 이와 달랐다. 그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경마게임도 경쟁이 생기면서 일부 영업장에서는 3만, 4만원에 서비스로 1만원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 현금으로 배당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씨와 기자가 각각 1만원씩을 종업원에게 건네주자 200캐롯을 입력시켜주고 ‘00XX-XXXX’라는 일련번호가 찍힌 종이카드로 된 비표를 건네준다. 신씨에 따르면 캐롯은 사이버머니의 단위이고 비표는 현금 환전에 필요한 카드로 앞 숫자는 영업장 숫자, 뒤의 숫자는 고객 일련번호다.
게임 방식은 스크린경마게임과 동일하다. 2분마다 한 경주씩이 치러지는데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배팅을 하면 된다.
# 환전 수수료 5%
“옆 자리 손님에게 물어보세요.”
친절하고 명확하게 안내를 하던 종업원은 비표를 어디서 현금으로 환전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갑자기 애매모호하게 말끝을 흐린다. 매니저인 듯한 남자 종업원에게 물어봐도 역시 막연히 건물 뒤로 돌아가 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신씨를 따라 건물 뒤로 돌아가자 ‘만물상 상품권’이라는 선팅으로 위장한 환전소가 있었고 이곳에서 신씨와 기자는 비표를 내밀고 비밀번호를 말해 환전 수수료 5%를 뗀 1만5000원과 5300원을 각각 환급받을 수 있었다.
“환전소가 어떻게 베팅 내용을 정확히 알고 환전을 해주겠습니까.”
신씨는 환전소가 문제가 생길때를 대비해 영업장과 따로 설치 돼있지만 사실상 같은 영업장이라고 설명한다.
A점에서 걸어서 5분도 채 안걸리는 위치에 위치한 골드레이스 B점. 72석으로 규모가 큰 편인 이곳 역시 스크린경마장과 똑같은 분위기다. 문을 열자 미니스커트로 된 유니폼을 차려입은 여종업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는데 30여명의 손님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B점의 환전소는 인근 뒷골목 단독주택의 방 하나를 빌려 만들어졌는데 이곳에서도 A점과 같은 모양의 비표로 5%의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으로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신씨에 따르면 보통 환전소는 영업장에서 좀 떨어진 건물 옆이나 뒤, 주차장 외진 곳에 놓아둔 콘테이너박스, 가정집 골방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한다고 한다.
# 하루 순익만 1000만원
B점의 환전소는 외부로 만든 창구에 전당포에서나 볼법한 철창을 달아놓아 이곳에서 적지 않은 현금이 오가는 것을 짐작케 한다.
“시스템 점검시간을 제외하고 사실상 24시간 영업합니다. 잘 나갈때는 영업장별로 하루 수익만 1000만원 정도에 달했어요. 요즘은 경쟁이 생겨서 전만 못하지만 아직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단속반장인 안모씨는 온라인경마게임 영업장들이 불법영업으로 막대한 부당이익을 보고 있다며 매출을 순익으로 잘못 말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계속된 반문에 대해 틀림없다고 거듭 확언했다. 온라인 경마 게임은 최대 50배까지 배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손큰 손님 몇만 받으면 그정도 순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점과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자리잡은 C점. 45석 정도의 소규모 영업장이지만 비가 잠시 주춤해진 탓인지 거의 대부분의 자리에 손님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이 한가지 특이한 점은 A점과 B점의 손님이 거의 남자였던 반면 중년 여성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는 것이었다. 안씨는 여자들도 온라인 경마게임장을 많이 찾는데 젊은 여자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마침 한 손님이 다시 사이버머니를 충전하려는 듯 10장 이상 되보이는 만원권 지폐를 종업원에게 건넨다. 신씨는 대부분의 손님이 처음에 한꺼번에 뭉칫돈을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기 때문에 돈을 건네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드문일이라고 설명했다.
C점도 콘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환전소에서 비표를 현금으로 바꿔줬는데 이곳 역시 창구에는 쇠창살이 달려있었다.
# 서울만 30여곳 성업
“반경 1km도 안되는 좁은 지역에 온라인경마게임장이 3곳이나 들어섰습니다.”
신씨는 현재 영업장이 서울에서만 30곳 이상이 성업 중이라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현찰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도박이나 마찬가지죠.”
안씨는 A, B, C점 뿐 아니라 모든 골드레이스 영업장이 불법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또 각 영업장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허가가 난 ‘골드레이스’를 인터넷이 아닌 사설서버를 이용해 서비스하는 또 다른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 화면 하단의 배당 등만 봐도 골드레이스가 사설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며 이같은 점을 잘 모르고 시작한 업주도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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