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윈백 경쟁이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윈백은 서버를 비롯한 하드웨어 시장의 이슈였지만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윈백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 시장 침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계에서 시작된 윈백 경쟁은 올해 들어 전사자원관리, 운용체계뿐만 아니라 백업소프트웨어,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 등 업계 깊숙히 퍼져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침체로 신규 고객 확보가 쉽지 않아 우선 교체 수요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장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한 당분간 소프트웨어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팅 업계에 불어닥친 인수합병(M&A)도 윈백 경쟁에 불을 지폈다. M&A가 일어날 경우 피인수 기업의 고객들은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업체들이 1위 업체에 대해 강력한 윈백 경쟁을 내놓음에 따라 1위 업체들도 수성하기 위해 이른바 윈백 대응 전략도 내놓는 등 윈백으로 인한 업계 파장효과가 크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대표적인 윈백 경쟁은 DBMS 부문이다. 한국IBM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이 1위 업체인 한국오라클 고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윈백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한국오라클의 DBMS를 걷어낼 경우 DBMS 가격을 50% 할인해주는 등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거나 무료로 자사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업체까지 나올 정도다.
ERP 부문도 윈백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 업체들은 하나라도 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피인수 기업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유혹하고 있다. ERP는 특히 글로벌 업체 간 M&A 후폭풍 성격이 크다. 오라클이 세계적인 ERP 업체인 피플소프트를 인수하자 ERP 업계가 피플소프트 고객 쟁탈전에 돌입하기 시작한 것. 피플소프트 고객에 대한 SAP코리아·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ERP 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제시하며 국내 피플소프트 고객을 대상으로 윈백 작업이 한창이다.
이에 대해 한국오라클은 오프SAP라는 윈백프로그램을 정식으로 가동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국내 SAP의 ERP 고객 중 업그레이드나 애플리케이션을 재구축해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오라클 ERP 솔루션으로 마이그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인 ‘오프SAP’를 실시하고 있는 것.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ERP글로벌 파트너사인 엔터프라이즈솔루션즈그룹을 통해 상반기에 자사 ERP 제품으로 교체하는 피플소프트 고객들에게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가격을 25%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개별 애플리케이션 시장에도 윈백 바람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검색 솔루션 시장이다. 코리아와이즈넛과 다이퀘스트 등 주요 검색엔진 업체들은 시장 포화상태에 이르자 그동안 들어가지 않던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 상호 윈백 전략을 내놓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 솔루션도 마찬가지다. 한국베리타스는 상반기에 APM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며 IBM 등을 대상으로 윈백 전략을 펼쳐오고 있다. 협업솔루션 시장도 윈백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IBM 간에 윈백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상반기에 “한국IBM의 로터스 노츠 R5 사용 기업을 윈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한국IBM에 공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한국IBM 역시 이달 중순부터 익스체인지 서버 고객을 타깃으로 대대적인 윈백 프로그램을 가동, 또는 추진하고 있다.
백업소프프트웨어 업계도 수성하기 위한 전략과 윈백하기 위한 전략이 상충돼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EMC 레카토사업본부가 본격적인 윈백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IBM, 한국HP 등이 이에 자체 솔루션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 여기에다 후발업체인 프랑스의 에이템포도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백본소프트웨어도 공공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하이엔드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어 당분간 이 시장의 윈백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업체들의 윈백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만큼 국산 솔루션도 이제 기술력으로 검증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엔코아컨설팅은 데이터 아키텍처 솔루션인 ‘DA# 2005’의 판매를 강화하기 위한 ‘모델링 이노베이션’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한국CA 등 외산솔루션에 대한 공격적인 윈백이었다.
이화식 엔코아컨설팅 사장은 “국산 솔루션도 기술력이 좋아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 케이컴스, 알티베이스 등 국산 DBMS 업체들도 글로벌 업체와의 윈백 경쟁에 동참한 상태다. 해외에서 글로벌 업체와 윈백해 시장을 만들어가는 업체도 있다. 미라콤아이앤씨는 지난해부터 생산관리시스템(MES)을 해외에서 윈백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만 3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